이지훈 제주시장 이어 이기승 내정자도 낙마
인사 난맥상 노출…기준·원칙 등 개선책 절실

이기승 제주시장 내정자가 7일 오전 11시께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협치(協治)’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일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말 바꾸기 논란’과 ‘자료 은폐 의혹’ 등으로 인사청문특위(위원장 고충홍)가 ‘부적격’ 의견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지 채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제주도의회가 사실상 낙마시킨 형국이지만, 형식적인 공모과정과 허술한 인사청문회 준비 등 제주도정과 내정자 스스로도 논란을 키운 부분에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 사전 내정설로 공모 무색

이지훈 전 제주시장의 낙마 이후 제주도는 지난 8월 25일부터 닷새 동안 제주시장 공모를 진행했다. 제주도는 9월 3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인사위원회가 추천한 제주시장 후보 3인 중 이기승 씨를 제주시장 후보로 이날 오후 내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발표 전부터 이기승씨에 대한 사전 내정설이 파다하게 돌았고,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이 내정자가 이날 오후 늦게야 제주시 관계관으로부터 내정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지만 이미 자신의 음주교통사망사고에 대한 판결문을 사전 신청해 확보한 상황이었다. 본인의 내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미리 청문회를 준비하려는 것이 아니었느냐는 분석이다.

▲ 청문회 준비 미흡 수세적 답변

이기승 내정자의 낙마를 초래한 사건이 인사청문회였던 만큼 가장 큰 과오는 본인에게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행정시장 내정자를 대상으로 처음 열린 이번 인사 청문회에서는 언론 등을 통해 불거진 이 내정자의 25년 전 음주교통사망사고에 대한 문제점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될 전망이었다. 내정자도 인사청문회 당일 이러한 사항을 의식한 듯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함께 도민들의 사과를 구했다.

인사청문의원들은 그러나 부실한 사전 자료 제출을 문제 삼았다. 의회에 보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교통사망사고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판결문에 주취사실이 명시되지 않아) 음주운전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사고에 대한 해명과 반성보다는 말 바꾸기와 은폐 의혹을 키웠기 때문이다. 내정자 스스로도 인사청문회 내내 “미숙했다”, “죄송하다”는 등의 수세적(守勢的) 발언을 이어가며 좀처럼 분위기를 뒤집지 못하고 끌려다녔다는 평가다.

인사청문특위 7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이 3명이었던 만큼 같은 당의 원희룡 지사가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청문회가 보다 수월하지 않았겠느냐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7월 31일 첫 당정협의회를 개최한 이후 지금껏 단 한 차례도 당정조율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 부실한 시스템 인사참사 우려


이기승 제주시장 내정자의 낙마로 제주도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행정시장 외에도 제주도 산하 주요 공기업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유사한 사례라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제주경제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제주도정의 인사난맥은 인사검증 실패에서 비롯된 것을 반면교사 삼아 인사검증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철저하고 다각적인 인사검증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제도개선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출범 100일을 맞고 있는 민선 6기 원희룡호의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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