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석(제주대학교 교수)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에서 수자원이 가장 빈약한 나라이다. 그러나 가장 풍부하게 석유가 매장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로 벌어들인 오일달러로 물을 뽑아 쓰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한번 꺼내 쓰면 채워지지 않는 귀한 자원을 빼내서 심지어 사막에 화려한 분수대를 갖춘 골프장을 건설하는 등 소위 물 쓰듯 탕진하고 말았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자원 문제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는 데 있다.

조물주로부터 제주도는 그야말로 축복 받은 곳이다. 국경을 초월한 관광객들이 연일 밀려들고 있다. 연중무휴 평화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관광버스 대열, 거미줄 같이 얽힌 도로, 곳곳마다 서구풍의 아름다운 펜션들, 이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가 성공적으로 이룩한 발전과 성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 이면의 그늘은 너무 어둡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무차별하게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마을 안길, 답답해지는 공기, 도심 한복판에서 밤늦도록 울려 퍼지는 고성방가, 원상회복을 불가능하게 중산간 일대를 뭉개는 불도저들. 반세기 전 어쩌면 개발이란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에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실제 지역개발은 부동산 지가 상승과 반사이익으로 평생 접하지 못할 돈을 만지게 했다. 그래서 마치 황금알을 낳는 지역개발에 우리는 환호를 보냈다.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너나없이 일성으로 지역개발의 적임자임을 자처했고, 주저함이 없이 그들에게 우리는 표를 던졌다. 

물론 제주개발과 이를 통한 관광제주는 주민을 빈곤과 소외에서 해방시키는 한 이 작업은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사막에 화려한 분수대를 설치한 골프장에서 흥청망청 소비하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관광객 1000만명이 찾는 잔치마당에서 제주를 만든 조물주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포문을 열까.

인간의 이윤추구행위는 만족을 모른다. 그래서 그 내재적 논리는 자연의 무제한 개발을 필연적으로 요청하고 만다. 문제는 아쉽게도 제주도의 자연조건은 우리들의 욕구를 다 채워줄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데 있다.

인류 역사를 놓고 보았을 때 개발은 언제나 자연개발이었다. 이 논리는 19세기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 위주의 편리성과 효용성의 관점에서 행동하게 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보다 강력한 지배와 통제를 가능케 하는 문명화 작업을 촉진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인류문명의 최대 위기를 대가를 자초하고 말았다. 이러한 자연개발의 논리가 현대 문명의 위기를 몰고 간 것처럼 제주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 이미 제주사회는 도시화로 인한 인간의 물리적 생존조건들이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으며, 청정한 바다로만 믿고 있던 주변 어장이 황폐화되는 조짐은 물론 각종 환경 오염원들이 확산됨을 눈으로 확인 중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장밋빛으로만 그려졌던 개발과 성장으로 서술되어 온 제주사회의 변화와 성취의미는 무엇일까라는 문제를 성찰할 시점에 와 있다. 21세기의 전반을 보내는 오늘의 상황에서 자연이 망가진 제주는 역사 없는 유적이나 폐허와 뭐가 다를까.

제주 사회의 개발의 결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곳곳에서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자연현상은 하늘의 뜻이라 하더라도 자연파괴와 개발 사업은 전적으로 제주사회의 몫이다. 그 병을 고치려면 먼저 옳은 진단이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정은 우리 자신을 위한 공리적 이유에서라도 제주의 자연을 위한 진일보한 정책으로 이 문제를 풀 지혜를 내놓아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