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유원(제주도의회 부의장)

지난 2일 열린 도의회 정례회에서 ‘제주4·3사건 생존희생자 및 유족 생활보조비 지원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통과됐다. 이 조례안을 공동발의한 당사자로서 작게나마 보람이 느껴진다.

‘생존희생자’라고 하면 현재 살아있는 희생자, 즉 4·3으로 인한 부상 등으로 후유장애를 겪는 사람들과 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겪었던 사람들을 말한다. 이 분들은 당시 20세 정도의 나이에 4·3의 아픔을 직접 현장에서 체험했던 분들로서 지금 구순(九旬)이 멀지 않았다. 후유장애인 98명과 수형인 42명을 합해서 140명 정도가 생존해 계시지만 대부분이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1년에 4~5명 정도는 유명을 달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분들의 겪었던 그리고 겪고 있는 생활의 고통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80세 이상 유족으로 결정된 2307명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참혹한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부모형제를 잃고 혈혈단신 홀로 살아오는 동안 고달팠던 삶의 여정은 이 분들에게는 통한일 뿐이다.
이 ‘개정 조례안’을 발의하게 된 것도 바로 이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후손된 도리로 어려운 생활을 조금이라도 도와드리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동안 생존 희생자에게는 월 8만원을, 그리고 80세 이상 1세대 유족에게는 월 3만원의 생활보조비를 지급해 오고 있었는데 이 금액은 생활보조비로는 너무나 빈약해서 쑥스러울 정도다. 그래서 이를 각각 월 30만원과 5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물론 이 인상된 생활보조비도 생활비로는 마찬가지로 모자라다. 체감될 정도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보조비를 좀 더 인상시키는 안도 물론 고려했었다. 문제는 재원이다. 이번에 통과된 안으로도 매년 19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한데 이 재원은 전액 지방비로 염출되고 있어서 이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4·3사건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도민들이 희생된 사건인 만큼 4·3지원예산은 전액 국비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다행히 정부도 지난해 8월 4·3특별법을 개정하여 4·3평화재단에 ‘4·3 희생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 및 복지증진 등의 사업’에도 출연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제 국비지원의 근거는 마련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4·3희생자나 유족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어 왔다. 우선 4·3특별법이 제정됐고,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신고조사 진행,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4·3평화공원조성, 4·3평화재단 설립, 4·3추념일 제정 등이 그 일환들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당시 4·3평화재단 출연금 확대를 공약한 바 있고, 원희룡 도지사 역시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생존희생자 및 유족지원 대폭 확대’를 제시한 바 있어 기대되는 바가 크다. 이제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4·3의 해결을 위한 고무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4·3희생자와 유족들 그리고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희생자로 결정된 명단 중에 불량위패가 봉안돼 있다거나 서북청년단의 부활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실로 유감이다. 또다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 재연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진정한 용서와 화해 상생의 정신이 4·3해결의 근본임을 조금이라도 망각해서는 안된다.

오는 17일에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제주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기회에 4·3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일보 할 수 있는 큼직한 선물 보따리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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