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토지매입·한자간판 등 깊숙히 유입
외풍타는 제주 '불편한 진실' '불쾌한 진실'
외국자본 선기능 유도 목적 정확한 실태 파악

▲미봉책 아닌 상시감시 시스템


“더럽고 낡은 것을 말로 다 할 수 없는 중국의 공중변소들이었다. 그때 벌써 우리나라 공중변소는 모두 수세식인데다...(중략) 지난 20년 동안 그렇게 발전했다는 것인가? 그런데 문득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유인 인공위성의 발사와 귀환을 멋지게 성공시킨 것이었다. 아 아, 중국이 그런 나라였구나”(조정래 ‘정글만리’ 中)

한때 적성국가(敵性國家)로 분류되며 언급이나 접촉이 기피되던 중국이 어느새 제주 곳곳에 깊숙이 들어왔다. 중국식 한자로 표기된 간판과 중국인 관광객들의 행렬을 도내 어느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으며, 급속한 중국자본의 유입으로 이들이 보유한 도내 부동산이 ‘마라도의 20배’에 이르고 있으며 ‘제주도가 자칫 중국땅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초등학생도 알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이후 지난 달까지 제주에 들어온 중국자본(법인기준)의 직접투자규모(FDI)는 모두 3092원으로 올해 제주도 예산의 8%에 해당하는 수치에 이르고 있다. 수치에서 제외된 개인투자 규모는 부동산은 물론 다양한 투자형태로 인해 정확한 액수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본지는 오늘부터 중국인과 중국자본이 제주에 미치고 있는 현실태를 진단하는 기획물을 연속 보도한다.

부동산투자이민제의 변질된 사례 등을 짚어보고, 제도에 허점이 없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중국자본이 도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과 지역주민들의 느끼는 사업효과 등을 밀착 취재해 실태를 전달하게 된다.

이 밖에도 호텔 및 식당 매각 등 중국자본과 관련한 소문의 실체와 중화권 전문증권사와 컨설팅업체, 부동산업계 등 지역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모습도 포착해 전달하고자 한다. 대규모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불편한 진실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본지는 그러나 이번 취재가 중국자본의 부정적인 면만을 파헤치는 문제점만을 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 경제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자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제한됐기 때문에 중국자본이 지역경제에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자본의 검증 역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진시황과 서복, 불로초 등 이미 제주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본 보도의 취지로 삼고자한다.

담보대출·임대영업 '불법행위' 확산

차별 조항 없어…위반 사실·현황 등 체계적 자료 전무
道 '지역개발채권 5억' 제도 개선효과 의문 목소리도

▲5억이상 콘도 매입 시 영주권


대규모 중국자본이 제주에 급속히 밀려온 가장 큰 요인으로는 지난 2010년 2월 전국 최초로 도입된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우선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담보대출과 임대사업 등을 벌인 사실이 적발되면서 사후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간접투자 이민제도의 한 방식인 ‘부동산투자이민제’는 직접투자에 한해 영주권을 부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경제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지역에 일정금액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영주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개발사업시행승인을 얻은 지역의 휴양체류시설을 매입하거나 미화 50만 달러 이상 또는 한화 5억원 이상의 휴양체류시설(콘도 등)을 매입하는 경우 5년이 경과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에게는 한국과 똑같은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 등록이 가능하고 내국인과 동등한 의료보험체계 및 혜택이 적용된다. 휴양체류시설 매입 후 5년 경과로 영주권을 얻은 후에는 콘도 등을 매도해도 영주권을 유지하게 되며 체류지 변경신고를 할 경우 국내 다른 지역의 체류도 가능하기 때문에 시행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제도 자체의 취지가 어디까지나 외국인의 직접 투자를 이끌기 위한 것이니 만큼 투자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거나 임대영업을 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으나 문제는 이 같은 불법행위로 암암리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헬스케어타운 '불법임대' 적발

최근에는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추진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에서 중국인 투자자의 명의로 콘도를 담보로 한 금융대출이 이뤄졌는가 하면, 임대사업을 벌이다 사법당국에 줄줄이 적발되기도 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제주헬스케어타운의 콘도를 매입한 중국인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됨에 따라 투자를 회복한다는 조건으로 6개월 기간 조정명령을 부여한 사실이 있다”며 “부동산투자이민제 위반은 법무부의 출입국체류 관리지침에 따라 비자와 영주권 자격상실의 문제인 만큼 개별법에 따른 별도의 제재를 근거하는 처벌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제도가 이처럼 미비하다보니 부동산투자이민제 위반 사실과 현황, 대책 등의 체계적인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결국, 법무부는 부동산투자이민제의 허점을 이용한 불법행위가 잇따르고 통계관리가 허술하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달 말에야 1년에 두 차례(5월, 11월) 대상이 되는 외국인 투자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확인하는 모니터링 작업을 강화하라는 내부 지침을 부랴부랴 시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지면서 제주도 역시 부랴부랴 제도개선에 나섰다. 제주도는 지난 6일 민선 6기 새도정준비위원회가 제안한 ‘부동산 5억원 + 지역개발채권 5억원 매입’과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시행되고 있는 다른 지역과 같이 제도적용 지역을 관광(단)지 및 유원지 등으로 한정하는 방안 등 2가지 개선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달 중 관련 법규 검토와 부서 의견 수렴과 협의 등를 거쳐 올해 말까지 자문단을 구성해 최적 대안을 선정할 방침으로, 법무부 관계 전문가와 채권금융 전문가, 변호사, 회계학 교수, 지역개발 전문가 등 최대 10명 규모로 움직이게 된다.

▲미봉책 아닌 상시감시 시스템

김상명 교수(제주국제대 경찰행정학과)는 부동산투자이민제 기준 요건을 두 배로 올린 제주도의 개선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 교수는 “지역개발채권 방식으로 금액을 5억원 올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미래의 수익을 위한 가치투자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중국 부호들은 설령 금액이 20억원이라도 올 것”이라고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진입장벽을 높이는 미봉책이 아니라 부동산투자이민제도에 대한 감시시스템 정비”라며 “국가가 하지 못한다면 제주도가 조례 제정을 통해서라도 상시 감시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개발채권 5억원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도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세부적인 개선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방채는 얼마든지 거래가 가능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3~4% 정도의 이자만 포기하면 얼마든지 유통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제주도는 투자요건을 높였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자칫 지방채 발행이 급증해 재정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익은 제도시행을 경계했다.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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