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최고령 검정고시 합격 강술생씨

"찢어질 듯 가난해서 학교 근처 한번 가보지 못한 그 설움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치러진 고입검정고시에서 최고령 합격의 영예를 안은 강술생(71, 사진, 남원읍 위미리)할머니.

열두살, 꽃다운 나이에 홀홀단신 일본에서 제주로 건너온 할머니는 그야말로 낫 놓고 'ㄱ'자도 모를 만큼 까막눈이었다.
어려운 집안 사정에 여섯 남매 키우랴 농사 지으랴 한시도 손을 놀릴 틈이 없던 강 할머니가 연필을 잡게 된 건, 어쩌면 평생을 사무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무학의 설움이었다.

예순을 훌쩍 넘은 할머니는 설움을 씻기 위해 서귀포 오석학교의 문을 두드렸고 '한글 깨우치기' 반에서 갈고 닦은 노력 끝에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강 할머니는 이어 다시 고입과정을 공부해 3번의 낙방 끝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쾌거를 누리게 된 것.

배움의 열정 앞에선 나이도 세월도 속수무책이었다.
감귤 농사를 하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귤 값을 재다보니 수학공부가 가장 재미있고 국어와 영어가 힘들었다는 할머니.
그러나 강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 단 한번 결석하지 않은 모범생이었고 일흔이라는 삶의 훈장을 실은 나이에서 베어 나오는 끈기와 인내가 할머니의 합격에 큰 몫을 차지했다.

고령의 부끄러움을 버리게 하고 배고픔보다 서러운 무학의 한을 씻게 해 준 여섯 남매에게 "마음만큼 고맙다는 말을 못해 미안하다"고 할머니는 전했다.
여섯 남매 또한 강 할머니가 앞으로 건강만 허락하면 고졸 검정고시에도 도전해 멋진 황혼을 누리길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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