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레슬링 고운정 선수, 부친상 슬픔 딛고 금메달 투혼
경기 전 계체량 측정 때문에 아버지 발인식 참석도 못해
“좋은 성적 내 국가대표 뽑혀 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싶어”

▲ 레슬링 남고부 결승전에서 고운정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특별취재팀]
▲ 남고부 레슬링 75kg급 결승에서 고운정이 우승했다. [특별취재팀]
▲ 고운정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그의 할머니인 오백합자(75)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특별취재팀]
▲ 고운정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그의 할머니 오백합자(75)씨가 손자를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특별취재팀]
“아버지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칩니다.”

전국체전 레슬링에 제주 대표로 출전한 고운정(남녕고 3학년)이 아버지의 영전에 눈물의 금메달을 바쳤다.

고운정은 2일 오후 제주관광대 체육관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전 남자 고등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6kg급 결승에서 오시영(부산)을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운정은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그러던 중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오시영에게 3번째 패시브(소극적인 공격을 할 때 받는 벌칙)가 들어갔다.

심판의 주의에도 오시영이 다시 반칙을 범하자 주심은 곧바로 실격패를 선언, 고운정의 손을 들어줬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고운정은 관중석에 앉아있는 가족들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고운정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감격적인 소감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1일 아버지의 발인식이 있었지만 경기 전 계체량 측정 때문에 참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운정은 “메달을 따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렸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말에 발인식 참석을 뒤로 하고 계체량을 측정한 뒤 경기에 출전, 아버지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쳤다.

고운정은 “처음에는 몸이 굳어 있어서 불안했는데 하면 할수록 몸이 풀렸다”며 “시합을 잘 마무리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경남대학교 진학이 확정된 고운정은 국가대표를 향해서 계속 나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운정은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가대표에 발탁돼 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고운정은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많이 힘들었는데 잘 극복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아버지가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고운정은 “할머니에게 정말 고맙고, 아버지 곁에 있어준 친구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관중석에는 고운정의 할머니와 형, 사촌 동생 등 가족들이 나와 그를 응원했다. 고운정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그의 할머니인 오백합자(75)씨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있었다.

오씨는 “3살 때부터 운정이를 도맡아서 키웠는데 보약 한 첩 못 해주고 항상 미안했다”며 “운정이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금메달을 따서 너무 장하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일만 제주도레슬링협회 상임부회장은 “운정이가 부친상을 당하고도 슬픔을 억누른 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운정이의 부친께서도 하늘 나라에서 지켜보며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매일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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