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첫 인정...유사 소송 잇따를 듯

담배연기 맡아 폐암 걸린 경관 ‘공무상 재해’

법원이 처음으로 간접흡연이 폐암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킨다고 인정했다.
수년간 밀폐된 경찰버스와 파출소 등지에서 동료들이 피우는 담배연기를 맡다 폐암에 걸린 경찰관에 대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상급심에서 이 판단이 유지될 경우 흡연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돼 왔던 작업장이나 담배 제조 회사, 국가 등을 상대로 한 간접흡연 피해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조성권 판사)은 11일 폐암에 걸려 소송 도중 사망한 경찰공무원 하모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직무와 폐암의 연관성을 인정,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하씨는 경찰공무원으로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간접흡연, 최루가스, 배출가스 및 공해 등으로 폐암이 발병했거나 적어도 폐암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음주와 흡연을 전혀 하지 않았던 하씨가 4년간 형사기동대에서 근무하면서 하루 15시간 동안 밀폐된 기동대 차량 안에서 35명 중 30명이 피우는 담배 연기와 노후 된 차량의 에어컨.히터로부터 나오는 연기가 혼합된 공기를 마셔왔다는 사실과 약 2년간 근무한 파출소에서도 좁은 공간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점을 가장 중요하게 지적했다.

재판부는 하루 20개피의 담배를 피우는 남편과 사는 비흡연 부인의 폐암발생 위험도가 비흡연 남편과 사는 비흡연 부인의 경우에 비해 92%나 높다는 일본의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한편 재판부는 하씨가 소위 '백골단'에서 근무하면서 시위 현장 최루가스에 노출된 것과 일선 파출소에 근무하면서 자동차 배기가스 공해가 심한 도로에서 보호 장구 없이 하루 10시간 정도로 장시간 일한 사실도 폐암 발병 혹은 악화에 일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씨는 1989년 경찰공무원에 임용된 이래 서울시경 형사기동대와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다 2002년4월 폐암진단을 받았다.
하씨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낸 후인 지난해 5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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