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하는 몰도바 국민들(EPA=연합뉴스)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하루아침에 국내총생산(GDP)의 13%인 10억 달러(한화 1조814억원)가 증발하는 사건이 발생해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5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글로벌포스트에 따르면 몰도바의 수도 키시네프에서는 지난 3일 경찰 추산 1만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1월 시중은행 세 곳에서 감쪽같이 증발해버린 10억 달러 때문이다.

당시 국영은행 한 곳을 포함한 은행 세 곳에서 수상쩍은 연속 대출로 10억 달러가 사라졌지만 아직도 누가 돈을 챙겨갔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형편이다.

몰도바 당국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올해 초에서야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10억 달러는 그 자체로도 큰돈이지만 가난한 나라 몰도바에서는 GDP의 8분의 1에 달하는 거액이다. 몰도바의 명목 GDP는 지난해 기준으로 77억 달러로 세계 140위권이다.

시위대 1만 명도 몰도바의 인구가 350만 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다.

몰도바 의회는 6일 저녁 그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몰도바인 사업가가 연루된 것 같다는 정도를 공개하는 데 그쳤다.

10억 달러의 구멍을 세금으로 메우게 된 몰도바 국민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국민들은 이번 일이 만연한 부패를 드러내는 결정적 사건이라고 보고 시위에 나섰다.

정치평론가이자 이번 시위를 조직한 이고르 보탄은 집권당이 이번 일에 연루됐다고 본다면서 "우리나라는 가난한 농업국가지만 번영과 유럽 기준에의 접근을 바라는 품위있는 이들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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