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테리아에 감염된 올리브나무(AP=연합뉴스)

스페인과 함께 세계 양대 올리브유 생산국인 이탈리아에서 박테리아 확산으로 100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들이 고사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탈리아 살렌토 반도의 울창한 올리브 재배지에서 박테리아 잎마름병에 걸려 죽어가는 올리브 나무가 100만 그루에 달한다.

살렌토 반도는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영토의 뒤축 부분으로 대표적 올리브 재배지다. 1100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이곳에서 현재 10% 정도가 박테리아에 습격당한 셈이다.

실제로 잎과 가지가 바싹 마르고 앙상한 몸통만 남은 나무들의 무리가 재배지 곳곳에서 목격됐다.

 수백 년간 각종 병충해와 가뭄을 견뎌온 나무들도 감염을 피하지 못했다. 1500년이나 살았다는 둘레 38m의 올리브 나무에서도 잎이 붉게 물들고 말려 들어가는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

 한 올리브 협동조합의 엔조 만니는 "완전히 파괴적"이라며 "종말이 온 것 같다. 지진 피해에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살렌토 반도를 강타한 박테리아는 코스타리카에서 수입된 작물에서 시작됐다. 이 박테리아는 이미 브라질의 시트러스 재배지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포도밭에서 연간 1억 달러(한화 1097억원) 이상의 피해를 냈다.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체가 박테리아 확산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는 일단 박테리아의 북상을 막기 위해 감염 지역을 격리하고 살레토 반도를 둘러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살렌토의 올리브 나무 수백만 그루를 잘라버리는 조치도 검토하다가 일단 완충지대 설정으로 물러섰지만 추가 감염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신속하게 나무를 베어버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도 포도밭 보호를 위해 살레토 반도의 식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탈리아 업계와 농민들은 추가 감염을 걱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농업협동조합 콜디레티의 판탈레오 피치노 회장은 "아침에 밭에 나가는 게 두렵다"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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