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외곽 발렌수엘라 지역에 있는 한 신발 공장에서 불이나 근로자 수십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이 지금까지 확인한 사망자는 31명이라고 현지 언론과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들을 포함해 60여 명이 화재 당시 공장 안에 갇힌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불은 오전 11시28분께 일어나 7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당시 공장에는 300여 명이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족들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신고한 근로자 수는 65명이다.

렉스 가찰리안 발렌수엘라 시장은 "공장 안에 생존자는 없다"며 "실종자 가운데 일부는 탈출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무 슬리퍼를 만드는 이 공장은 약 3천㎡의 부지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이다. 주 출입문을 수리하기 위한 용적 작업을 하던 중 불똥이 인근에 있던 화학물질에 튀면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됐다.

2층에 일하던 직원과 1층에 있다가 2층으로 대피한 근로자들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방관은 2층에서 많은 시신을 봤다고 말했다.

생존 직원인 엠마 산타 아가타는 현지 방송에 "공장 2층에 있는 작업장에 많은 동료가 갇혀있었다"고 말했다.

슬리퍼 제조에 쓰이는 고무와 접착제 등 인화성 물질이 불에 타 유독가스를 뿜어내면서 빠르게 번져 사망자가 늘고 화재 진압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공장은 소방 설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이면서 공장 측과 근로자 가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실종자 수를 파악하고 있다.

필리핀의 공장과 빈민가 등에서는 소방설비 미미와 안전 규제 소홀로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1996년 3월 한 디스코 클럽에서 불이나 162명이 숨지고 93명이 다친 것이 필리핀 사상 최악의 화재 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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