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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천년의 섬’이 아니라 2만7000년전 생성
강순석 박사의 제주 지질 이야기
⑫비양도
데스크 승인 2015년 05월 24일 (일) 제주매일 | news@jejumaeil.net
   
 
▲ 비양도의 용암인 조면현무암의 용암류 단위(lava units). 알곤-알곤(Ar-Ar)법으로 암석 연대측정 결과 2만7000년 전에 형성된 암석으로 밝혀졌다.
 

■ 빙하기에 육상 분출 오름

비양도는 서기 1002년에 폭발한 화산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 역사시대인 ‘고려 목종 5년에 하늘에서 날아와서 생겨난 섬’이라는 게 비양도의 탄생 전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만 7000년 전에 분출한 화산체로 밝혀졌다.

비양도 포구에 서 있는 ‘탄생 천년의 섬’이라는 큰 비석은 안타깝게도 단지 전설로만 전해지는 이정표일 뿐이다. 비양도를 구성하고 있는 암석인 비양봉 조면현무암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알곤-알곤법으로 연대측정을 실시한 결과다.

당시는 빙하기에 해당된다. 10만년 전부터 시작된 마지막 빙하기는 1만5000년 전에 최고조에 달한다. 극지방에 두껍게 얼음층이 쌓이면서 바다의 표면인 해수면은 내려갔다. 이 때 우리나라 주변에서 약 150m 정도 해수면이 하강했다.

   
 
▲ 직경이 3m 이상되는 대형 화산탄. 이곳은 비양봉 이전에 분석구의 화산체가 위치하고 있었던 곳이다.
 

중요한 것은 해수면이 하강함에 따라 해안선이 수백 ㎞ 이상 후퇴하게 된다. 그 영향으로 얕은 바다에 위치하고 있는 섬들은 육지와 연결되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연륙설이다. 당시 비양도 주변에서는 적어도 수십m의 해수면 하강으로 해안선은 바다쪽으로 한참 멀리에 위치하고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비양도는 육지와 연결돼 있었다.

현재 비양도는 협재해수욕장에서 약 1.5㎞ 떨어져 있고, 그 사이의 수로는 10m 정도의 얕은 바다로 돼 있다. 따라서 당시 비양도는 육지였기 때문에 화산활동은 당연히 오늘날 중산간에서와 같이 송이로 이루어진 오름, 즉 분석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에 지금과 같이 바다 속의 섬 환경 아래에서 폭발했다면 아마도 화산체는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수성화산이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제주에서 유일하게 섬이면서도 송이로 구성된 오름의 비양봉을 만든 지질학적 근거다.

 

■ ‘살아있는 화산박물관’ 비양도

비양도를 ‘살아있는 화산박물관’이라고 한다. 비양봉의 화산체는 물론이고 섬 주위에서 파도에 침식돼 남아있는 화산탄을 비롯한 다양한 화산자원들은 마치 화산 야외박물관을 관람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비양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대개 이 섬이 화산폭발을 한지 얼마 안된 신선한 화산이라고 생각한다.

썰물때면 드러나는 해안선 조간대에 놓여 있는 화산탄은 직경이 무려 5m에 달하며 무게는 10t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질학 사전에서 화산탄(volcanic bomb)을 정의하며 끄트머리에 크기가 2∼3m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쓰여 있다. 앞으로 이 지질학 사전은 화산탄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바꿔야 될 것 같다. 한국 제주도 비양도에 가면 직경이 5m 이상의 것도 있다라고 말이다.

세계적으로 화산탄의 크기에 대한 정의를 비양도에서 새로 규정해야 될 판이다. 그만큼 비양도는 원시 상태 그대로 화산탄을 비롯해 화산의 흔적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화산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애기업은 돌’, 호니토(hornito)라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해안선에서 마치 굴뚝과 같은 모양으로 서 있는 ‘애기업은 돌’이라고 부르는 용암 기둥은 호니토(hornito)다. 해안선 조간대를 따라 줄지에 서있는 이 용암 굴뚝의 흔적은 40여개나 확인된다. 안타깝게도 현재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호니토는 용암 덩어리가 층층이 쌓여 굴뚝 모양의 구조를 만든다. 주로 제주에서 빌레용암이라고 부르는 파호에호에 용암류의 표면에서 만들어진다. 흐르는 용암이 표면의 틈을 통하여 분출한 흔적이다.

이 호니토는 비양도에서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실은 대형 화산탄을 비롯하여 비양나무와 같은 자원들이 비양도 전체에 분포돼 있어 비양도 전역으로 문화재 구역을 확대해야 한다. 비양도 서쪽 해안에는 ‘큰가지’리고 부르는 해식구(sea stack)가 있다. 이것은 스패터(spatter)층이다. 용암이 분화구 부근에서 뜨거운 상태로 용암 덩어리가 서로 달라붙어 만들어진다. 이 스패터층에 대형 화산탄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스패터와 화산탄을 분화구 위로 쏘아 올린 화산체는 비양봉 서쪽편에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양봉 오름은 정상에 크고 작은 2개의 분화구가 존재한다. 소위 ‘쌍둥이 분화구(twin crater)’다. 작은 분화구인 ‘은 암메’의 분화구 바닥에 비양나무 군락이 있다. 비양도에서만 자라고 있는 나무이기 때문에 원산지의 이름을 따서 ‘비양나무’라고 부른다.

 

 

 

비양도 화산 1000년에 대한 논란

 

제주도에서 화산폭발과 관련하여 고문헌에 전해져 내려오는 기록은 서기 1002년과 1007년의 화산활동이다. 당시 기록을 보면 2번에 걸쳐 제주도 서남해안 바닷속에서 화산분출이 있었으며 대학박사(大學博士) 전공지(田拱之)가 제주로 가서 화산활동의 모습을 직접 그려 임금에게 바쳤다는 내용이다.

그 화산은 ‘상서로운 산’이라는 의미로 ‘서산(瑞山)’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 제주의 지도 중에서 서산이 어디인지를 찾아내면 당시 화산체의 위치는 자연히 밝혀지게 된다. 1700년대에 제작된 고지도첩(古地圖帖) 중에서 탐라전도(耽羅全圖)에 ‘서산(瑞山)’이 나와 있다.

이 지도에서 보면 서산은 비양악(飛揚岳)으로 표시된 현재의 비양도와 죽도(竹島)로 표시된 현재의 차귀도 사이에 꽤 큰 섬으로 표시돼 있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지도의 정확도를 따지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비양도와 서산은 별도의 섬이었다는 사실이다.

제주 화산에 대한 조사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20세기초에 일본 학자들에 의해 수행됐다. 당시 조선총독부 지질조사소 소속으로 일본 쿄토대학(京都大學)의 나카무라 신타로(中村新太郞) 교수는 제주도의 화산을 조사했다.

1925년에 발표된 제주화산도잡기(濟州火山島雜記, 地球 제4권 제4호 火山號)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제주의 고문헌을 탐독하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마을 노인들과 만나서 전설을 비롯한 탐문조사를 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고문서에 나타나는 1002년의 화산분출은 비양도, 1007년의 분화는 군산으로 추정된다”고 쓰고 있다.

반면 1930년 하라구치(原口)는 제주화산도(濟州火山島)라는 글에서 나카무라 교수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주 사회에서는 과학적 검증도 없이 최근까지 이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과학적인 논문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가 참고문헌이다. 자기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생산해낸 창의적인 글 외에는 모두 다른 사람이 쓴 것이므로 반드시 인용한 논문을 밝혀야만 한다.

저작권과는 별도로 남의 글을 그대로 배끼는 것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고 같이 남의 영혼을 빼앗는 일이다. 비양도는 2만7000년 전의 화산체이고 군산은 수십만년 이상되는 오래된 수성화산체라는 사실이 이미 보고돼 있다. 더욱이 비양도에서 4000∼5000년 전 신석기 유물인 ‘압날점렬문 토기’가 확인됐다. 당시 비양도에 사람이 살았다는 고고학적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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