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다가올수록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인기를 끈다. “누가 더 지지를 받고 있나”에 핵심을 둔 여론조사는 이른바 ‘경마식 여론조사’이다. 경마와 같이 오직 일등인 말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빗댄 용어이다. 최근 이런 여론조사는, 한 예로써 “제주도지사 재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태환 후보와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마식 여론조사는 선거결과를 모의로 가정해 다가오는 선거일에 투표권을 행사할 유권자들로부터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빼내는 방법이다. 이를 담당하는 언론사는 물론 후보 진영이 이 결과에 온통 긴장하게 된다. 후보측은 이 발표가 높게 나오면 후보자의 지지도를 확산시키게 될 것이고, 낮게 나오면 그 반대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것은 정치판과 언론사이에 벌어지는 일종의 ‘로맨스’다. 서로 달콤하게 사랑을 나눌 수도, 애만 태울 수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만 가지고 일희일비하다가는 큰 코 닥친다. 사람의 선거 태도는 수시로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선거 하루를 앞두고도 ‘악재’가 터지면 돌변하는 게 선거 민심이다.

▶경마식 여론조사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 조사로는 누가 앞서가는 가에 지나치게 초점을 둔 나머지 어떤 이슈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이나 정책, 경쟁하는 후보자들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없다. 선거는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과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것은 단순한 지지도를 조사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제주도 지사를 뽑는 선거의 경우 감귤농가들은 감귤정책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있다. 중소상인들은 쇼핑 아울렛에 대한 판단이 선거의 선택기준이 될 수 있다. 공무원들은 공무원 인사의 중립성, 누가 정말 중립성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가 선택기준이 될 수 있다.

▶며칠전 한 조사기관의 선거 여론조사가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특정 후보에 대해 하루 사이 몇 개의 다른 조사기관의 조사와는 딴 판으로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어느 조사가 맞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튼 어느 쪽이든 여론이 왜곡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래저래 여론 조사는 또 한번 도민의 도마위에서 칼질 당하게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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