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드라마 한 편에 시청자들이 홀딱 빠졌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9금(禁) 재미를 선사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평균 시청률 2.8%(닐슨코리아 유료가구)로 출발한 드라마는 2회에서 2.9%, 10일 밤 방송된 3회에서는 3.5%를 기록했다. 온라인 반응은 그 이상이다.

드라마 흥행에 '미생'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던 tvN 금토극도 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귀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국내 드라마를 꼽는다면 KBS 2TV 장수 납량극 '전설의 고향' 혹은 심은하의 초록빛 눈동자가 아직도 기억나는 MBC TV 'M'이 대표적이다.

아름다운 주인공들의 원한은 깊었고, 드라마는 권선징악을 가르치는 데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 나의 귀신님'도 한을 품은 귀신이 주인공이지만 우리가 여태껏 보지 못한 색다른 존재다.

드라마는 유명 요리사 강선우(조정석 분)의 레스토랑에서 주방 막내로 일하던 나봉선(박보영)이 어느 날 갑자기 처녀 귀신 신순애(김슬기 분)에게 빙의 되면서 벌어지는 황당무계한 일을 그린다. 

처녀 귀신은 죽은 지 3년 뒤 남자와 동침해야 악귀가 되지 않기에 '양기남'을 찾느라 마음이 급하다. 그 덕분에 우리 등골을 서늘하게 하기는커녕, 예측할 수 없는 음란한 행위로 폭소를 자아낸다.

처녀귀신의 빙의 대상이 하필 남자들과 눈 한 번 못 마주칠 정도로 소심한 나봉선이라는 점에서 그 간극이 주는 재미가 크다.   

'오 나의 귀신님'을 떠받치는 가장 든든한 기둥은 순진무구한 소녀와 색기 가득한 마녀를 천연덕스럽게 오가는 박보영(25)의 연기다.

곱다랗고 흰 얼굴과 작은 체구의 박보영은 착하기만 할 뿐 숫기도, 자신감도 없는 소녀 나봉선을 표현하기에 적격이다.

그랬던 박보영은 2회부터는 엉큼한 귀신으로 돌변, 주저함 없이 코미디에 몸을 던졌다.

나봉선의 탈을 쓴 신순애는 남자들의 알몸을 훔쳐보는 것도 모자라, 나봉선이 남몰래 연모했던 강선우 앞에서도 "모텔은 남자랑 가야지, 여자 혼자 무슨 재미로 가느냐"라고 태연히 말한다. 

박보영의 열연 덕분에 4회에서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덮친 뒤 "눈 한 번 딱 감고, 그거 한 번만 하자"라면서 잠자리를 애걸복걸하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 생경한 풍경도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7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박보영은 그의 캐스팅이 '신의 한 수'였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박보영과 신순애를 연기하는 김슬기의 호흡도 착착 맞아 떨어진다. 

지난해 방영된 KBS 2TV 로맨틱코미디 '연애의 발견'으로 인기를 끌었던 김슬기(24)는 이번에도 자연스러운 왈패 귀신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귀신 신순애는 제대로 연애 한 번 못 하다가 35세에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은 인물로 설정돼 있다.

드라마는 신순애의 코믹한 '양기남' 찾기뿐 아니라 신순애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놓으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박보영의 열연에 묻히긴 했지만, 조정석(35)도 까다롭고 요리에만 몰두하는 유명 요리사 역을 잘 소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영화 '건축학 개론'(2012)의 '납뜩이'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데 성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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