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로마 등 일부 지방정부는 해외에서 이뤄진 동성커플의 결혼을 인정해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동성결혼이 여전히 불법인 이탈리아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결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재판소는 이날 이탈리아의 동성 커플 세 쌍이 "합법적으로 결혼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아 일상 생활에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소는 "이탈리아에서 동성 커플은 공개적으로 관계를 맺고도 공식적으로는 가족 지위를 전혀 인정받지 못해 이중생활을 해야 한다"며 사생활과 가족 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제공해야 하는 유럽인권보호조약 제8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유럽평의회 47개 회원국 가운데 24개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서유럽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로마를 비롯한 일부 지방정부는 해외에서 이뤄진 동성커플의 결혼을 인정해주고 있으나 혼인 등록을 무효화하라는 중앙 정부와 늘 마찰을 빚고 있다.

이날 재판소는 "일부 지방 정부의 동성결혼 인정 결정은 상징적인 것일 뿐, 동성 커플에 어떠한 권리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아울러 2013년 도입된 '동거협약'에 대해서도 "상속 권리 등을 인정하지 않는 등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목소리는 높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동성결혼 합법화를 약속했으나 연정 파트너인 신중도우파를 비롯한 보수 세력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법안 처리 지연에 항의에 지난달 말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던 이반 스칼파로토 의회 및 헌법개혁 담당 장관은 이날 판결 소식이 전해진 후 자신의 트위터에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탈리아에 큰 망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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