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동아프리카 인근 섬에서 발견됐다.

실종 여객기의 잔해로 확인될 경우 16개월 이상 미제로 남아있는 세계 항공 역사상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인 이번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객기 본체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한 데다 이번 잔해 발견장소가 당초 수색범위에서 훨씬 벗어난 곳이어서 오히려 미스터리가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 세이셸 인근의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 해안에서 항공기 날개의 일부로 보이는 2m 길이의 흰색 물체를 청소부들이 발견했다.

한 목격자는 "물체가 조개껍데기로 뒤덮여 있었고 물속에 오래 있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물체는 보잉777 기종의 날개 뒤편 부품인 플래퍼론과 유사해 보여 지난해 3월8일 실종된 MH370편의 잔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MH370편은 보잉777기였다.

이와 관련해 압둘 아지즈 카프라위 말레이시아 교통부 차관은 "보잉777의 플래퍼론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우리 조사 담당 책임자가 그렇게 보고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미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AP통신에 "이 물체가 MH370편의 잔해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교통안전 당국은 이 항공기와 같은 모델(보잉777기)의 잔해물이라는 데 매우 높은 수준의 확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도 사고 조사팀 관계자를 인용해 보잉777의 플래퍼론은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서, 발견된 물체는 보잉777 플래퍼론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보잉사 관계자들 역시 이 물체가 보잉777기 플래퍼론의 디자인과 일치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BBC방송은 레위니옹 섬 근처에서 이전에 다른 여객기 추락 사고가 있긴 했지만 , 보잉777 기종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 물체가 보잉777기의 일부로 확인되면 MH370편의 잔해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에 프랑스 항공당국은 물론 그동안 MH370편을 수색해온 말레이시아와 호주 정부도 물체가 MH370편의 잔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나섰다.

프랑스 항공당국은 이 물체가 MH370편의 잔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본토에 있는 연구소로 옮겨 정밀조사에 착수키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 작업에는 최소 수 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프랑스 측은 밝혔다.

국제 수색작업을 이끌어온 호주교통안전국(ATSB)은 프랑스로부터 잔해물 사진을 넘겨받아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사와 함께 분석 중이고, 리우 티옹 라이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은 잔해물 확인을 위한 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 물체가 MH370편의 일부로 확인된다면 사고 발생 509일 만에 처음으로 실종 여객기의 잔해물을 찾아낸 셈이 된다.

▲ 호주 항공당국이 배포한 실종기 수색지도 (EPA=연합뉴스)

호주 ATSB를 중심으로 한 국제 수색팀은 추락 예상지점인 호주 퍼스 남서쪽 2천600㎞ 바다를 중심으로 수만㎢의 광대한 해역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지금까지 실종 여객기의 일부를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항공안전 전문가 자비에 티틀만은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물체에서 'BB670'이란 표식이 발견된 데 대해 "항공기의 등록번호이지, 일련번호(시리얼 넘버)는 아니다"라면서도 "표식 덕분에 빠른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며 수일 내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당초 수색범위인 인도양 동남부에서 약 4천800㎞나 떨어진 레위니옹에서 발견된 경위를 놓고 새로운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 등 국제수색팀은 퍼스 남서쪽 6만㎢ 범위의 우선수색구역에 실종기가 있을 것으로 확신해왔다.

조 하틀리 ATSB 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사고로부터) 16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호주 서쪽 바다에 빠진 물체가 인도양 서부까지 떠내려간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도 "잔해물이 매우 작은 부품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여객기 본체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고기 잔해 추정 물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유족들은 또다시 애끊는 반응을 쏟아냈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말레이시아인 G. 수브라마니안은 AFP통신에 "제발 MH370의 잔해로 확인됐으면 좋겠다. 미스터리가 풀려야 한다"면서도 여전히 "아들이 살아있을 것이란 믿음을 아직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기에 탑승했던 뉴질랜드인 폴 위크스의 누이인 사라 위크스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단 하루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며 "발견된 물체의 정체가 확인된다 하더라도 조사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MH370편은 지난해 3월8일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이륙해 중국 베이징으로 가던 중 40여 분만에 통신 두절과 함께 사라졌다.

이후 말레이시아, 호주,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으나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항공편이 목적지인 베이징과 반대인 인도양 남부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조종사가 고의로 항로를 이탈했을 가능성, 러시아나 북한의 납치설 또는 미국과 태국군의 합동 군사훈련에 따른 격추설 등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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