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완이법’ 시행···제주 미제사건 프로파일
<2>2006년 30대 여성 피살사건

원룸서 30대 여성 이모씨 숨진 채 발견
경찰 기소 의견 불구···검찰 ‘혐의 없음’

2006년 2월 18일 오전 0시 32분. 시린 칼바람이 불던 겨울날이었다. 대부분이 잠을 자고 있던 그 시각 제주시 노형동 모 원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당시 귀가하던 이웃 주민은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다급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소방차와 경찰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원룸 2층의 이모(당시 37세·여)씨가 살고 있는 집에서 나는 연기였다. 119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씨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침대에 상체를 기댄 채 숨져 있었다.

숨진 이씨는 상하의 속옷이 모두 벗겨져 있는 상태였고, 외부 침입자의 성폭행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머리에서 타박상 흔적 등이 발견됨에 따라 누군가 이씨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씨 주변인물은 물론 인근 지역 우범자에 대한 탐문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사건 발생 두 달 만에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용의자는 이미 다른 강도 사건을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모(당시 25세)씨였다.

경찰은 2006년 4월 17일 강도·강간·살인·방화 등의 혐의로 김씨를 입건했다. 경찰은 김씨가 원룸에 침입해 이씨를 성폭행 하려다 저항하자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른 것으로 봤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DNA가 김씨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사건이 발생하고 그 다음 달인 3월 제주시 모 대학 기숙사에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 금품을 빼앗은 혐의까지 받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도 김씨의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강도 행각을 벌인 후 현장에 “형사님들 나 찾기 쉬울 거요”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기는 등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킨 후 자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으나 2007년 2월 검찰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김씨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이후 ‘30대 여성 피살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한편, 이 사건의 용의자였던 김씨는 지난해 9월 29일 오후 6시에서 9시 사이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아파트에서 A(41·여)씨와 A씨의 여중생 딸(13), A씨의 어머니(68)를 흉기 등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3년 전부터 A씨와 만남을 이어온 김씨는 최근 관계가 소홀해지자 같은 날 오후 6시께 꽃다발을 들고 그의 집을 찾았다가 자신을 무시하는데 화가 나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제주경찰서 형사는 “범행 후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 범행 수법이 같고, DNA도 검출돼 법원에서 유죄 여부를 다툴 만했다”며 “당시 기소해 형사처벌이 이뤄졌다면 8년 후 광주의 비극은 없었을 수도 있었다”고 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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