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혁신학교 평가간담회
지정 초중학교 학부모·교사
첫 학기 운영 성적표 긍정적
마땅한 자문처 없어 아쉬워
야외활동 아이 안전도 문제

▲ 혁신학교 1학기 평가간담회가 지난 21일 제주도교육청 별관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혁신학교의 첫 학기 성적표에는 보통 이상의 점수가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제주도교육청이 이석문 교육감 취임 이후 첫 혁신학교로 지정된 도내 5개 초중학교의 학부모 및 교사를 대상으로 1학기 평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활발해졌다는 점에서 만족을 표했다. 교사들은 업무가 줄면서 비로소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애월초 주지현 학부모회장은 "아들 셋을 애월초에 보내고 있는데 아이들 모두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아침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자기주도방식의 공부가 늘면서 6학년 아들이 말이 많아져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2학년 자녀를 둔 고은희 종달초 학부모회장은 "아이들 교실에 차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뒤 수업을 시작하는 다도문화가 생겼다"며 "행여 우리 집 싸운 이야기를 친구들 앞에서 할까 걱정되면서도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져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거주지를 종달로 옮긴 교장이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등교해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준다"며 "마을에서도 학교의 달라진 문화를 좋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납읍초 양현철 학부모위원장과 김희복 학부모회장은 "학습 분위기가 너무 좋아졌다"며 "폐교 위기였던 납읍초에 학생 수가 늘어 되레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교사들은 혁신학교 지정으로 행정업무가 없어지면서 아이들을 한 번 더 쳐다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3년차인 채민주 종달초 교사는 "형식적인 것을 벗으니 아이들이 보이고 배움이 보이고 아이들 마음의 그릇에 무엇을 담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성윤 납읍초 교사는 "혁신학교를 하면서 14년차인 내가 교육을 잘 하고 있는 지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시간과 의욕이 생긴 반면 수업 재구성을 위한 논의 상대가 없어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임 수산초 교사, 김찬경 무릉초 교사 등은 "학생과 소통이 잘 되는 만큼 교육적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우리가 뭘 어떻게 움직여서 가르쳐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나눌 상대가 없다"고 어려움을 내비쳤다.

특히 무릉중 강희전 교사는 "교사 한 명이 세 개 학년을 다 맡는 중학교의 경우 의논할 상대가 더 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안전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안철수 애월초 학교운영위원장은 "혁신학교 지정 이후 야외활동이 많아졌는데 담임 교사들의 위기 대처 능력은 미미한 것 같다"며 "야외활동시 동반 교사 수를 늘리거나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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