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수요조사 지시 공문 “안심학교 여건 조성위한 것”
도교육청 조사 실시 않기로 “유치원은 학교…교권침해”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교육부가 희망 유치원에 CCTV를 설치키로 하고 시도교육청에 수요조사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제주도교육청이 교권 침해를 이유로 수요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교육부와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월 인천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 하자, 유치원에도 CCTV를 도입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 유치원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기 때문에 '희망 유치원에 한해 지원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따라 교육부는 이달초 시도교육청에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희망 유치원 수요조사를 요청, 내달 10일까지 결과를 보고 받고 교실당 한 대 기준 20만원을 지원(나머지는 교육청이나 해당 학교, 경영자가 부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교육부는 유치원에서의 아동학대 사례가 보고 되고 있고, CCTV가 없으면 아동학대 혐의 입증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안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이번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교권 침해 등의 요소가 강하다고 판단, 일선 유치원에 의견을 묻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은 "유치원은 학교로 봐야 한다"며 "학교에 CCTV를 설치하면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에 대한 타 시도 교육청의 여론이 좋지 않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했다고 유치원에까지 설치하겠다는 것은 교육과 보육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도교육청이 사립 유치원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학교이기 때문에 CCTV 설치가 곤란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치원은 의무교육이 아니고 원아들은 (간혹 있을 지 모를) 외부의 위험 요소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 어린 나이라는 점에서 배려 차원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치원이냐 어린이집이냐'라는 행정적인 시각을 떠나, 영유아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시설인지 아닌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한 한 부모는 "아동학대라는 확신이 섰을 때 아이 짐을 담아올 가방을 챙겨 어린이집을 방문했다"며 "부모들이 cctv 시청을 요구할 때에는 결과를 떠나 그만둘 각오를 하고 가게 되기 때문에 동영상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어서 교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가 아이의 의견과 다른 진술을 했는데 다행히 CCTV가 있어 혐의가 인정됐다"며 "CCTV는 교사를 난처하게 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궁지에 몰린 아이와 부모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내 유치원(공, 사립)의 CCTV는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복도나 현관 등 공동 공간에만 설치돼 있다.

한편 이번 시책과 관련, 교육부가 교사나 학부모 등 반대하는 교육 주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설치하지 않기로 하면서 반대를 예상한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 담당 사무관은 "(추진하는 이유는)우리는 필요성을 인정해 의지를 내보이는 것"이라며 "유치원 운영의 자율권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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