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위원    신   상   범

독재자의 별장은 모든 국민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호기심은 비단 한국국민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충청북도 청원군 대청댐 기슭 29.000평에 자리한 청남대는 2003년 4월22일 20년 동안의 베일을 벗는 날은 북새통이 되었고 요즘도 매일같이 5천여명의 관광객이 열을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은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하였다가 주변경관에 매료되어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별장 구상을 지시하고 즉시 청와대 경호실장 에 의해 착수되어 67억 원이란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6개월만인 12월에 준공, 이름을 迎春齋라 명명하였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 란 뜻으로 청남대라 개칭하였다. 수십개의 침실, 대리석 거실, 욕실, 골프장, 수영장 , 즉석 물고기요리를 위한 양어장 등 초호화(?) 별장으로 대통령의 은밀한 생활을 하기엔 가장 적합하도록 만들었다.

반경 6㎞ 이내에는 국민들의 접근을 못하게 하여 평화롭고 자유롭게 농사 지으며 살던 문의면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생활근거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당시 서슬이 시퍼렇던 전두환 대통령의 어명(?)에 불만이란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숨죽여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즘 청원군과 문의면 주민들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과 외국인들의 내는 엄청난 수입으로 횡재를 만난 듯 즐거운 표정이다.

5월5일 어린이날에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별장 청남대를 구경하던 어떤 관광객들이 희극적(?) 대화, “전두환이란 독재자가 없었다면 지금 이런 좋은 구경 할 수 있나? 고마운 분이야!” “동서고금 세계의 독재자들이 후세들의 복지를 위해선 크게 기여하고 있는 거야!” “그래 지금 이태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네로’ 같은 포악한 독재자가 백성의 피로 만들어 놓은 유적 들 이지 않나! 독재자를 미원하지 말자고!”.

 5월 초순, 전두환 전 대통령부인의 또 다른 비자금이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때였다. 청원군은 독재자의 유물인 대통령 별장 청남대를 팔아먹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청남대를 보면서 문득 제주도의 대통령 별장을 생각했다.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 155번지, 송당 목장 안에 있는 40평 남짓한 제주 돌로 만든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다.

청남대의 현관만도 못한 송당 대통령 별장이지만 찢어지도록 가난한 백성들에게 고기를 먹여주기 위해 소 떼를 키울 목장을 구상하며 고뇌하던 곳이여서 청남대보다 훨씬 정감이 드는 곳이다.

그 대통령 별장 안에 고스란히 간직되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이 누웠던 누추한 침대 와 자그만 탁자와 의자2개는 한라산을 앞에 둔 광활한 들판에 소떼가 몰려다니며 풀을 뜯는 그림을 그리는 노 대통령의 소박한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군 마를 키운 이 지대에 이승만 대통령은 절친한 친구이자 8군사령관을 지낸 벤 플리트 장군과 이곳 별장에서 광활한 목장의 꿈을 이야기하였고 결국 벤 장군의 고향인 플로리다에서 100마리의 대형고깃소를 들여다가 이곳 300만평 송당목장에 풀어놓았다.
이것이 한국에서 소 기업목장의 효시이다.

그런데 이런 뜻 있는 역사적 별장이 반세기 동안 그냥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근대사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북제주군이나 제주도 당국은 들은 체도 안하고 있다. 독재자가 머물었던 곳이라서? 어떤 정치적 비난이 겁나서?

편협한 현실 잣대로 역사자체를 부정하려는 인식은 결코 옳은 행위가 아니다. 그런 역사가 있기에 오늘이 존재할 수 있고 오늘을 바탕에 깔고 내일을 열어간다는 것을 우리는 왜 모르는가?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은 「自然保護, 大統領 朴正熙」 친필 휘호를 전 국민들에게 돌려 자연보호운동을 국민운동으로 전개할 것을 독려했다. 그런데 지금 일부 계층에선 박정희 개발독재를 규탄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지원으로 만든 제주도 최초의 현대적 산업도로인 5?6도로 명칭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주장한 「自然保護」운동도 없애야 할것 아닌가? 요즘 서울경찰청 현관에 걸린 「護國警察. 大統領 全斗煥」 액자 철거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있어야 하나? 우리들이 필요한 건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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