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여형사 조명…워킹맘 애환은 못 그려

근육질의 건장한 남자들이 아니어서 새로웠다.

그렇다고 '툼레이더' 류의 여전사가 등장한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달리는 데 숨이 차고, 어린이나 여성을 괴롭히는 나쁜 놈들을 보면 분노가 이성을 눌러버리곤 한다.

하지만, 지켜야할 딸과 가족이 있음에도 이 40대의 열혈 아줌마는 오늘도 물불 안 가리고 범인 검거에 뛰어든다. 이런 경찰만 있다면 치안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희애 주연 SBS TV 월화극 '미세스캅'이 29일 밤 마지막 17~18회를 연속 방송하며 막을 내렸다.

17회의 시청률은 13.2%(이하 닐슨코리아), 18회의 시청률은 15.8%로 자체 최고 기록이다. 시청률 가뭄 시대에 근래 15%를 넘긴 드라마는 '용팔이'에 이어 '미세스캅' 뿐이다.

지난 8월3일 8.4%로 출발한 이 드라마의 전체 평균 시청률은 12.2%로 집계됐다.

'미세스캅'의 힘은 노련한 여형사와 그의 팔팔한 젊은 부하들이 빚어내는 '착한' 팀워크와 누가 봐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악인들을 잡기 위한 그들의 집념이 18부 동안 늘어지지 않고 짜임새 있게 전개된 데서 나왔다.

손호준-이다희, 허정도-이기광의 연기는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었고, 이들의 모나지 않은 하모니가 자칫 김희애의 독주로 흐를 수 있었던 드라마에 완충 역할을 했다.

특히 숱하게 보아온 형사 이야기가 최근 보기 드물게 높은 시청률을 낸 것은 툭하면 칼을 휘두르고 총도 쏘며,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하는 사이코와 연쇄살인범들을 상대하는 게 여성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우아하거나 청순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김희애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이를 악물고 뛰어다니면서, 완력으로 제압하기 어려운 남자들에게 목이 졸리고 배에 총을 맞는 등 사선을 넘나드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이러한 여형사가 죽을 힘을 다해 남자 범인들을 상대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켰고 범인에 대한 공분을 자아냈다.

돈 때문에 영혼을 팔아버린 서울경찰청 강력계 과장 염상민(이기영 분)은 마지막에 결국 자살을 택하면서 "박봉에도 경찰 명예를 지키는 선후배, 동료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드라마는 이처럼 박봉과 온갖 '인간 쓰레기'들을 상대해야 하는 험한 업무에도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일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조명했다.

또한 경찰과 검찰 곳곳에 지뢰처럼 묻혀있는 부패한 인물들이 종종 조직의 발목을 잡곤 하지만, 그럼에도 법을 비웃는 공공의 적들을 '엄단'해야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목숨도 걸고 달려들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민중의 지팡이들의 활약을 촘촘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드라마는 '100점 경찰, 0점 엄마'라는 애초의 기획의도를 살리지는 못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미스 캅'이라고 했으면 됐을 것 같은데, '미세스 캅'을 강조해놓고는 '미세스'의 사연과 애환은 사라졌다.

누구보다 바쁘고 험한 일을 하는 엄마, 그것도 남편 없이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맘인 주인공 최영진이 형사로서는 타의 모범이 되고도 남지만 워킹맘으로서는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아쉽다.

최영진처럼 살면서 어린 딸을 무탈하게 키우는 게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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