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 이야기 <21>참나무

▲ 종가시나무

 

▲ 참가시나무

 

▲ 붉가시나무

 

▲ 개가시나무

가시딸기에는 가시가 있지만 가시나무에는 가시가 없다? 처음 식물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발음이 같아 오해할 수 있는데, 가시나무의 "가시"는 이름 그대로 콕콕 찌르는 가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가시나무라 불렀기 때문에 지금도 가시낭(가시나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콕콕 찌르는 가시가 있어 "가시나무"라고 불리는 나무는 우리 식물명에는 없으며, 참나무과의 상록성 참나무류를 “가시나무”라고 하고 있다.

 

■저지대 식생 대표하는 수종

흔히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를 참나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참나무 종류가 많은데, 여러 가지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상록성인 종류와 낙엽성인 종류로 구분하면 분류하는 것이 조금은 쉬워진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낙엽성인 참나무류들을 본적이 없는 경우에도 그 이름은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등등이 그러한 경우다. 아마 참나무와 관련된 목재나 숯, 도토리묵 등 친숙한 이미지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제주에는 이런 낙엽성인 참나무도 자라고 있으며, 내륙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상록성인 참나무도 자라고 있다. 이 중 상록성인 참나무 종류를 “가시나무”라 부른다. 제주지역에는 이러한 참나무들이 비교적 뚜렷한 분포를 보인다. 가시나무들은 대체로 저지대에서부터 해발 700m 까지 분포하고, 낙엽성 참나무들은 해발 약 500m 이상부터 한라산 아고산 지역까지 자라고 있어 차이가 있다. 예외적으로 낙엽성이 참나무 중에 떡갈나무는 해발 약 300m 이하의 지역에 주로 자라고 조림수종으로 심어진 상수리나무는 낮은 지대에 분포한다.

가시나무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개가시나무로 분류한다. 잎 가장자리의 거치(톱니)가 있느냐 없느냐, 잎 뒷면에 털이 있는지, 어떤 색을 띄는지 등의 분류키로 가시나무, 등으로 구분하면 된다. 그 외의 품종이나 변종으로는 넓은잎참가시나무라고 해서 보길도나 대흑산도 등에 자라며, 그 외로도 민종가시나무, 개붉가시나무 등도 있지만 학자에 따라 기본종의 생태형 등으로 보는 견해들이 많다. 특히 학자에 따라서는 상록성인 것과 낙엽성인 차이점과 깍정이(종자를 쌓고 있는 반덮개 모양의 것, 각두라고 함)의 비늘잎이 발달하지 않는 점을 들어 참나무과의 다른 속(屬)으로 분리하자는 의견이 있다. 이런 부분이야 학자들이 알아서 할 부분이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늘푸른 나무에 도토리가 달리는 모습은 신기할 따름일 터다.

가시나무 종류는 제주도 저지대의 식생을 대표하는 수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주도나 국내 분포에 있어 논란이 있는 가시나무를 제외하면 그 외의 종들은 모두 제주도에 저마다 군락을 형성하며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시나무류의 국내 분포를 보면 제주도를 비롯해서 남해안 도서지역까지 종에 따라 자라며, 종가시나무는 남해안 일부도서지역까지 자란다. 참가시나무나 붉가시나무는 남해안 도서지역뿐만 아니라 울릉도까지 자라고 있어 특징적이다. 그 외로 멸종위기식물인 개가시나무는 우리 제주지역에만 자라는 특징이 있다. 난대성 수종으로 내륙의 분포는 거의 드물지만 전라남도 함평 붉가시나무는 사실상의 분포한계에 위치한 자생지로 그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110호, 1962)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해발고도따라 참나무 분포 변화

제주도내에서 참나무의 분포는 좀 질서정연하다고나 할까, 그 분포가 재미있다. 낙엽성 참나무의 경우는 저지대에서부터 떡갈나무, 중산간지역 이상부터는 졸참나무가 자라고 1000m 이상 지역에는 물참나무 그리고 신갈나무가 아고산지역 구상나무림까지 자라고 있다. 이 중에서는 아무래도 떡갈나무가 가장 그 분포영역이나 개체수가 적은 편인데 이는 아무래도 생육지가 저지대이고 특히 방목지역과 겹쳐 있어 많이 축소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은 추자도 같은 도서지역이나 중산간지역에 위치한 오름자락에서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록성 참나무의 경우도 비교적 무리지며 자란다. 해안지역에서부터 주로 종가시나무가 자라고, 점차 참가시나무와 종가시나무가 혼재하고 해발이 약 300m 이상이 되면 붉가시나무가 낙엽활엽수림지대 초입까지 자라고 있다. 개가시나무는 이 참가시나무와 종가시나무가 혼재하는 곶자왈이나 계곡에 자라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볼 때 상록성 참나무류 중 붉가시나무는 가장 높은 곳까지 자라는 가시나무종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추위에 강해 남해안의 완도같은 지역에서는 순림을 형성하기도 하며, 울릉도까지도 분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붉가시나무의 적응력은 조림수종으로 각광을 받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참나무류는 오랜 세월 유용한 목재자원으로 활용되어 왔으며, 이 목재는 숯이나 표고버섯같은 버섯재배를 위한 자목으로도 유용하게 쓰여 왔다. 또 녹말이 들어있는 도토리는 귀중한 식용자원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참나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한없이 베풀어 주는 나무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깊어진 겨울, 곶자왈 숲길에서 다시 도토리와 참나무를 만난다면 이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주하면 더 좋을 듯 하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김대신>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