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키 대신 일광욕. 눈이 내리지 않은 이탈리아 한 스키장 슬로프에서 31일(현지시간) 남녀가 햇빛을 쬐고 있다.(AFP=연합뉴스)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어야 할 알프스 산맥에 눈 대신 따뜻한 바람이 불어 유럽의 스키어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겨울임에도 이상기온으로 여름을 연상케 하는 알프스 스키장의 광경에 스키 애호가 수십만 명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외신 사진들을 보면 올겨울 알프스 산맥은 봄 날씨와 비슷한 기온 탓에 온통 헐벗은 상태다.

이 때문에 알프스 스키장들은 고육지책으로 잔디 스키나 봄·가을철에 즐길 법한 초특가 관광상품들을 내놨다.

스키어들도 어쩔 수 없이 민망함을 무릅쓰고 눈 대신 덜 자란 노란 잔디 위에서 스키를 타며 휴가를 채우고 있다.

열악한 사정에 프랑스 알프스의 메리벨 스키장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눈을 끌어모았다.

리프트 대부분이 활발히 운행하고 있었으나, 눈이 부족해 스키를 타고 내려갈 수 있는 코스는 절반에 불과했다.

눈으로 뒤덮여야 할 알프스 산속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자 티셔츠 차림의 스키어들은 좁고 기다랗게 늘어진 눈 위에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여행업계 관계자는 "새로 내린 눈이 없더라도 업체가 만들어낸 인공 눈 위에서 조금이라도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위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인공 눈이나 잔디에서 스키를 타면 부상 위험이 더 높다고 경고한다.

최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병원을 찾는 부상 환자는 하루 평균 100여 명에 이른다.

영국 한 스키모임 회원은 "프랑스 남부 알프스 지역, 이탈리아 국경지대인 바르도네키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며 "아직도 영업을 개시하지 않은 리조트도 있다"고 전했다.

눈이 내리지 않자 스키업체들은 할인율이 절반을 넘는 상품도 판매 중이다.

아예 눈에 대한 기대를 접고 역으로 패러글라이딩처럼 따뜻한 기후에 맞춘 관광상품도 등장했다.

잘바흐의 한 리조트는 소금과 꿀을 포함한 사우나 상품을 제공했고, 프랑스 동부 샤모니 지역의 스키장에서는 눈을 볼 수 없는 어린이들을 달래기 위해 애완 동물원을 열었다.

또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 락스에서는 스키어들을 줄이려고 아예 리프트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2015년 겨울은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라는 기록을 세웠다.

알프스산 2000m 이하 지역 스키장에는 아예 눈이 없고, 남쪽 지역은 3000m 고도에서도 눈을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프랑스 기상청의 다니엘 괴츠 기상학자는 "앞으로 겨울철에 눈을 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래에는 눈 내린 슬로프를 제공하기 점차 힘들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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