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단계부터 '와글와글'…반사전제작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4일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2010년 네이버에서 시작해 지금도 연재 중이다. 회당 조회수 100만, 전체 누적 조회수 11억건에 빛나는 인기 웹툰.

팬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드라마화가 공식 발표된 지 꼭 1년만에 꿈은 현실이 됐다.

원작을 따로 둔 작품들이 대개 그렇듯 원작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길 것인지 나름의 재해석을 가미할 것인지가 제작진의 최대 고민이다.

'치인트'의 연출을 맡은 이윤정 PD는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인기 웹툰이라 기사도 많이 나오고 캐스팅에도 관심이 많아서 부담이 있었고 원작이 있어 연출을 할 때도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에피소드 중심인 여타 웹툰과 달리 '치즈인더트랩'은 유정과 홍설이 가까워지고 유정의 속마음이 점차 드러나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그렸고 심리묘사도 섬세해 연재 초기부터 드라마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팬들은 배우들의 외모, 분위기, 연기력을 꼼꼼히 따져가며 '가상캐스팅'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원작 팬들의 수많은 '잔소리'를 듣고 있다. 유난스러우리만큼 잦은 훈수에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시어머니)라는 말까지 나온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 인터넷을 가장 시끄럽게 달궜던 건 여주인공인 홍설 역의 김고은이다.

과거엔 한효주, 고아라, 박보영 등이 거론됐고 천우희, 오연서도 뒤늦게 가상캐스팅 명단에 올랐지만 결국 제작진의 선택을 받은 건 신예 김고은이었다.

영화 '은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드라마 출연 경험은 없고 연기력도 검증됐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현실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미묘한 감정을 잘 연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웹툰 속 설의 모습과 다르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고은은 "저도 웹툰을 보면서 홍설에게 많이 공감했는데 사실 이 친구가 자신을 드러내는 부분이 별로 없고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모습이 있더라"면서 "싱크로율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제가 팬으로서 좋아하던, 홍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고은이 어떻게 대중의 비판어린 시선과 편견을 뚫어내고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는지도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주인공 유정 역을 맡은 박해진은 매번 가상 캐스팅에 이름을 올리던 배우. 그만큼 팬들의 반발은 적었다. 하지만 이미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가 아쉽다.

박해진도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몇년전에 제작이 됐더라면 싱크로율이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백인호·백인하 역의 서강준, 이성경은 극중 설정처럼 혼혈은 아니지만 하얀 피부에 갈색 눈을 가져 외모상으로는 싱크로율이 높다.

다만 까칠하지만 '내 여자에게만큼은 따뜻한' 인호의 모습을 서강준이 얼마나 잘 구현해내느냐가 관건이다.

'치인트'의 인기 요인은 단편적이지 않고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성격과 그들의 관계, 그리고 세밀한 심리묘사다. 누군가와 주고받는 대사만큼이나 혼자 생각하는 지문이 많다.

대사로 처리하기 어려운 감정의 흐름, 미묘한 표정 변화, 제스처 등으로 캐릭터가 표현되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하다.

박해진도 "유정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고 웹툰상에서도 캐릭터에 여백이 있다"며 "독자분들이 각자의 생각으로 상상하며 봐주셨던 부분인데 드라마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다 채워서 보여드려야 해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특히 박해진을 제외한 배우들은 대부분 신인급이어서 이들이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얼마나 해낼지는 미지수다.

이윤정 PD는 "사실 웹툰이라는 게 낯설었는데 연출을 맡기 전 '치인트'를 '정주행'하면서 팬이 됐다"며 "부담도 있지만 팬으로서 애정을 가지고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극중 홍설이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만큼 꿈, 취업,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20대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내겠다는 계획이다.

제작진은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반(半) 사전 제작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9월 촬영을 시작해 이미 전체 분량 중 3분의 2가량에 대한 촬영을 마쳤다.

'커피프린스 1호점'(MBC), '하트투하트'(tvN)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이 PD는 "드라마 촬영 특성상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 많은 일을 해야하는데 반사전제작을 하니 한번 더 생각하고 찍을 수 있어 좋다"며 "시간에 쫓겨서, 급해서 만들기보다 시간이 주어졌으니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찍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시간으로 반응을 받을 수 없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시청자 반응 때문에 드라마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촬영하면서 시청자 반응으로부터 얻는 힘이 있는데 그게 없어서 조금 힘들고 아쉬웠다"는 게 이 PD의 소감이다.

'치인트'는 2010년 세상에 나왔지만 휴재와 연재를 반복하면서 햇수로 6년째 연재 중이다. 최근회까지도 결말에 대한 힌트는 크게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제작진은 웹툰 '치인트'의 순끼 작가와 상의해 큰 방향에서는 순끼 작가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말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연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구체적인 부분은 웹툰과 다르게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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