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원작에 '만찢남' 남자주인공 박해진으로 '치어머니' 포섭

많은 시청자가 새해 벽두부터 '덫'에 걸렸다.

이들을 사냥한 것은 4일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다. 기대감, 불신, 그도 아니면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드라마를 시청한 이들 상당수가 꽤 흡족한 눈치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치인트'는 케이블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2회 만에 5%(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버즈량을 토대로 분석한 다음소프트 화제성 지수에서도 계속 최상위권이다. 

'치인트'는 어떻게 '치어머니'(원작 팬을 시어머니에 빗대어 표현한 말) 등쌀을 꿋꿋이 이겨내고 쾌조의 출발을 했을까.  

드라마는 작가 '순끼'가 2010년부터 연재 중인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 누적조회수가 11억을 넘는다는 것만으로도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치어머니' 어깃장에 마음고생도 심했지만, 드라마 '치인트'의 성공적인 데뷔는 그만큼 매력적인 원작에 빚을 지고 있다.

복학생 남자 선배와 여자 후배 이야기인 '치인트'에는 젊은층 입맛에 맞는 문화 코드가 골고루 녹아있다.

남자주인공 유정(박해진 분), 백인호(서강준), 권은택(남주혁) 등 '꽃미남',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았을 캠퍼스 커플을 비롯한 대학생활의 로망은 여성 시청자의 취향을 저격한다.

그렇다고 낭만적인 캠퍼스 로맨스에 그치지 않는 것이 '치인트' 매력이다.

유정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설정함으로서 전통적인 사각관계 로맨스에 긴장감을 불어 넣은 것이 첫 번째 차별점이다.

드라마는 학비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매진하다 보면 정작 학점을 놓치는 딜레마에 빠지는 '88만원 세대' 혹은 '흙수저' 청년의 그늘도, 조별과제를 하면서도 전쟁이 벌어지는 대학 생활의 고단한 일상도 놓치지 않았다. 

청춘의 판타지와 현실을 잘 버무린 이 드라마의 주시청자는 10대와 20대 여성이다.  

홍보사 와이트리컴퍼니가 연합뉴스에 제공한 닐슨코리아의 성별·연령대별 시청률 분석을 보면 1회의 10대와 20대 여성 시청률은 각각 4.1%, 2.9%로 집계됐다.

2회에서는 5.7%, 5.6%로 상승, 전체 평균 시청률을 한껏 끌어올렸다.    

와이트리컴퍼니 관계자는 9일 "10대와 20대는 TV가 아닌 모바일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연령층 집중도는 더 높을 것"이라면서 "남자 10대와 20대에서도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1, 2위를 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원작이 리메이크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은 지난해 방영된 KBS 2TV '노다메 칸타빌레'와 SBS TV '심야식당'이 확실히 보여줬다.

그 점에서 드라마로 탄생한 '치인트'와 이윤정 PD의 궁합은 꽤 잘 맞아 보인다.

2006년 MBC TV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여심을 흔들었던 이 PD는 청춘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데 재주가 있는 연출자다.  

이 PD는 이번 작품에서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되, 빠른 이야기 전개와 트렌디한 영상으로 승부를 걸었다.

2회에서 보라(박민지 분)가 홍설을 소개팅에 내보내기 위해 대대적으로 변신시키는 모습을 그림자놀이처럼 표현한 것도 그만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표준 미인이 아닌 홍설 역의 김고은이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그 덕분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삼삼한 얼굴의 김고은을 카메라는 최대한 예쁘게 잡아낸다.

일부 시청자는 예민하고 날카로운 웹툰의 홍설과 달리 국내 드라마에 곧잘 등장하는 '민폐녀' 캐릭터에 가까운 드라마의 홍설에 불만을 표하지만, 김고은이 지금까지는 자신만의 홍설을 무난히 표현했다는 게 중론이다.

상대역인 한류스타 박해진은 '치인트' 인기를 견인하는 핵심 기둥이다. 

박해진은 무엇보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 할 만한 싱크로율로 브라운관을 채운다. 원작 팬들이 '유정은 박해진'이라고 한 목소리로 외친 이유가 있다 싶다.

박해진의 유정에게서는 전작 SBS TV '별에서 온 그대', '닥터 이방인', OCN '나쁜 녀석들' 등에서 선보인 '냉정과 열정 사이' 캐릭터들이 조금씩 엿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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