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22>개가시나무

식물의 이름에는 “개”가 들어간 종류들이 더러 있다. 벚나무 종류에는 개벚나무가 있고, 민들레 중에서도 개민들레가 있으며, 쑥종류에는 개똥쑥이라는 식물도 있다. 참나무종류 중에는 상록성인 개가시나무가 있다. 흔히 기본종 보다 털이 많거나하는 경우가 많으며, 흔하거나 할 때도 개를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물이름을 명명하는 입장에서는 참 단순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털이 많이 있음을 등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식물입장에서 본다면 식물이 가진 가치나 이미지를 평가 절하하는 듯해 좀 억울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개가시나무.

■잎의 특성 따라 종류 구분

상록성 참나무종류인 가시나무 중에는 가시나무를 비롯하여 참가시나무, 종가시나무, 개가시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있다. 잎을 한자리에 놓고 보면 그 구분이 조금 그 차이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따로 따로 만나게 되면 어떤 가시나무인지를 알기에는 좀 고민을 해야 한다. 처음 식물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힘든 이유는 오직 한 장의 잎만을 가지고 구분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꽃이나 도토리가 달려있다고 해도 그 차이는 거의 없어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가시나무종류의 잎은 상록성으로 고로쇠나무나 단풍나무처럼 여러 개의 깊게 파인 홈을 가지는 형태적인 특징도 없고, 특이한 색이나 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잎을 가만히 보면 타원형의 기본적인 잎 형태에 잎 가장자리에 있는 톱니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정도이다. 자라는 해발고도에 조금 차이는 있지만, 혼재해서 자라는 경우도 많아 생태적 특징을 가지고 추정하기도 좀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래도 좀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가시나무의 잎을 자세하게 관찰하다 보면 나름 특징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가시나무종류들과 비교해 볼 때, 잎은 다소 넓은 타원형이면서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것이 종가시나무이다. 이와 비슷한 형태이면서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종

▲ 개가시나무 열매.

류는 붉가시나무이다. 이 두 종류에 비해 잎이 좁은 장타원형이면서 잎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고 잎뒷면에 갈색털이 빼곡하게 있는 것은 개가시나무이다. 그리고 개가시나무와 마찬가지로 좁지만 보다 길고 긴 타원형을 하면서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뒷면이 다소 흰 빛을 하고 있는 것이 참가시나무이다. 좀 더 살펴보면 종가시나무는 잎의 앞면은 광택이 있고 뒷면은 다소 연한 녹색을 하는 경우가 있어 잎 뒤면이 흰빛을 보이는 참가시나무와 구분이 된다. 말로 아무리 설명해서는 좀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잎 뒷면에 갈색털이 있는 그 특징만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종류는 바로 “개가시나무” 일 것이다.

 

▲ 개가시나무 새순 및 수꽃.

■일본서는 개가시나무 ‘최고’ 평가

개가시나무는 가시나무 중 분포가 가장 협소하고 개체수가 적어 일찍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관리되고 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멸종위기식물 중 교목(큰키나무)류는 박달목서 정도가 있는데, 그 만큼 희소성이 높고 희귀한 식물임을 알 수 있다. 국내분포는 제주지역으로 한정되며, 국외로는 중국, 대만 일본 등에도 분포하고 있다.

개가시나무의 제주지역 분포는 매우 흥미롭다. 그 분포의 대부분은 곶자왈지역이다. 물론 곶자왈이라고 다 있는 것도 아닌데 한경-안덕곶자왈에 위치한 저지, 청수, 무릉, 산양 등과 조천-함덕곶자왈에 위치한 선흘, 김녕 등에 자란다. 주로 난대림이 형성된 곶자왈로 해발고도가 약 70m에서 350m 범위의 지역에 자라는 특징이 있다. 곶자왈 이외의 자생지로는 서귀포지역의 계곡이 있는데, 그 개체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이런 제한된 분포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곶자왈에만 아주 특성화된 나무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곶자왈처럼 빼곡한 숲속에서 가시나무를 구분하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잎이라도 한 장 있어야 구분이 될까 말까 하는데, 나무 끝에 달려 있는 잎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가시나무는 오히려 더 찾기 쉬운 특징이 있어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다. 통직하게 자라는 특징도 있지만, 느티나무나 육박나무처럼 수피가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는 특징이 있어 수피만 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 개가시나무 수피.

곶자왈에 자라는 나무치고 속된 말로 성한나무가 별로 없다. 지난 세월동안 사람들이 많이 활용한 탓도 있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더욱 그럴 것이다. 종가시나무나 참가시나무가 인간의 간섭 등에 의해 맹아로 자란 경우가 많아서 수간이 여러 개인 개체들이 흔하지만, 개가시나무는 대체로 하나의 수간으로 반듯하게 자라는 경우도 많다. 마치 가공하기전의 전봇대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통직하게 자라는 개체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종자묘를 이용하여 오래 키워보면 마치 원뿔형 같은 수형을 가져 둥근 형태의 수관을 보이는 다른 가시나무와는 차이가 있다. 이런 여러 가지 특징들 때문에 일본에서는 개가시나무를 최고의 가시나무로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일본에는 고목 개가시나무들 중에는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는 경우도 있다.

개가시나무는 곶자왈을 상징하는 나무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 자라고 있는 이 나무의 어떤 용도나 가치를 거의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국가지정 멸종위기식물로 보호되고 있어 개체와 자생지에 대한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가 중요할 것이다.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특화된 가로수나 곶자왈 주변의 조림수종 등 기초적인 활용이 우선되고, 점차 용재 같은 좀 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부분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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