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업정보대학장   이    용    길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제 19조)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종교의 자유’(제 20조)도 확실히 밝혀놓고 있다. 헌법은 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제 39조)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국방의 의무’는 외국(외적)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국토방위의 의무를 말한다. 민주국가의 국민은 주권자이기 까닭에 스스로 국가공동체를 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양심적 병역 거부’를 두고 찬반 공방이 뜨겁다. 우리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에 대한 논란 자체가 이상하게 들린다. 대한민국 남자이면 으레 군대를 다녀오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기에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병역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민개병(皆兵)의 원칙에 따라 군 복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마땅한 의무라고 믿어오고 있다.

 그런데도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쪽의 논리가 만만찮다. 병역문제로 인해 헌법에 보장된 종교와 양심의 자유가 침해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즉, 인권(人權)라는 차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代替)복무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군인으로 근무했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 군에 몸담고 있는 현역군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도대체 나라는 누가 지킨다는 것인가. 자칫 이러다가는 전 국민을 ‘양심’ ‘비양심’ 두 부류로 갈라놓지는 않을까 두렵기조차 하다.

 반대 여론 또한 거세다. 병역거부에 대해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에서의 반론이 강하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것이 근본적인 평화주의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어느 특정 종파의 교리적 산물이는 얘기이다. 그러므로 종교적 측면에서 이를 악용하는 것은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교의 자유도 국가라는 질서아래 안전보장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병역의무의 수행은 종교적 신념에 앞선 ‘국민으로서 의당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단언한다.

 헌법상 국민의 기본적 의무로 교육의 의무.납세의 의무.근로의 의무.환경보전의 의무 등이 있으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가운데서도 특별히 국방의 의무를 신성시(神聖視)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와 국토가 중요하고 민족이 귀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과연 내 귀한 몸이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라났는가. 바로 이 나라, 이 땅이 아닌가. 우리가 고향을 아끼고 국가를 소중히 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음을 왜 모르는가.

 하지만 결코 실망하지 아니한다. 병역거부에 동조하는 사람은 극소수일터이니까 말이다. 거의 모든 국민은 오늘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애국심을 발양(發揚)하고 있다. 시중에는 해병대가 우리나라 4대 명문대학 중의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지원자가 많다 보니 일류대학에 입학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군문에 입대하기 위해 재수.삼수까지 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한, 이 나라의 안위(安危)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확신한다. 차제에 자주국방에 대한 인식을 다시금 새롭게 했으면 한다.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용어도 나오고 있지만, 어쨌든 우리 국민 자신의 힘으로 국가를 방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준비를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다.

 나의 인생은 내가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국가는 그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 과거 대한제국이 어떤 길을 걸었는가를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다만 이번의 병역거부에 관한 논의가 향후 사법부의 판결에 어떤 영향이 미쳐서는 아니 된다. 국민의 기본권도 긴요하고, 법원의 결정 역시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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