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다른 듯 같은 이야기 < 3 >
-조미영 작가의 베네수엘라를 가다

▲ 한 여성이 마트에서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농·수산물 등이 풍부하다.
▲ 부자동네의 슈퍼마켓에는 물자가 풍부한 편이다.

연초부터 베네수엘라에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물가상승률 141.5%에 경제성장률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제를 압박해 옴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다. 외신보도에선 슈퍼마켓에 긴 줄을 선 모습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경제단면을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이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의 산유국이다.

지난달 베네수엘라를 방문했을 때 경유 값을 지불하며 깜짝 놀랐다. 승합차를 가득 채우고 낸 비용은 2볼리바르 남짓. 연일 추락하는 볼리바르의 가치로 추산할 때 몇 원에 불과한 셈이다. 물 한 병의 가격이 10볼리바르인 것을 감안하면 물보다 석유가 싼 현실이다. 이처럼 석유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대다수는 빈곤한 이유는 뭘까?

1920년대 초 석유자원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베네수엘라는 부유국이었다. 하지만, 탐욕스런 정치가와 자본가들에 의해 석유자원에 대한 개발이익은 강대국들에 팔아넘겨졌다. 자신들의 땅에서 나는 노다지를 국민들은 만져보지도 못한 셈이다. 이후 차베스정권에 의해 이들 개발권의 일부를 국영화로 돌리는 과정에 기존의 지배세력과 미국 등과의 갈등을 겪는다. 미국은 국제적인 경제제재를 가하고, 대기업의 유통망은 물자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 38ℓ에 약 2볼리바르. 물(한 병에 10볼리바르)보다 싼 석유가를 실감하게 한다.

석유자원 외에 별다른 기술력을 갖지 못한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생필품의 대부분과 밀가루, 고기 등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당장 국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가중되었다. 슈퍼마켓에서 이들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해당요일에 한정된 숫자로 밖에 구입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일반 슈퍼마켓인 경우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베네수엘라에는 메르칼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생필품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국영상점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반대파들은 이를 비판하며 물품유통을 방해한다. 때문에 메르칼의 생필품은 늘 부족한 편이다.

더욱이 석유 수출의존도가 크고 정부의 재정 역시 석유판매에 의해 충당되는 와중에 2014년 이후 원유가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원유가가 최소 60~70달러의 선을 유지해야 타산이 맞는데 지금은

▲ 국영상점인 메르깔은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가격에 생필품을 제공한다.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돈의 가치가 추락하면서 도둑도 볼리바르화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나 역시 달러를 환전하면 커다란 돈뭉치가 생기는 통에 여행 내내 골칫거리였다.

이런 이유로 현 정부는 상당한 곤경에 처한 상태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에 과반을 내주며 선거에 패한 원인도 이런 실생활의 불편을 겪는 국민들이 피로감을 반영한다. 앞으로 베네수엘라의 향방은 사회주의적 복지를 계속 실현하는 실험대가 될 것이지? 또한 수출의 다변화를 모색해야할 시점에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가 관점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