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다른 듯 같은 이야기 < 5 >
-조미영 작가의 베네수엘라를 가다

▲ 베네수엘라에서는 전 교육과정이 무상이다. 기술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교실.
▲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베네수엘라. 학교에서 아침, 점심, 간식을 제공한다.
▲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하는 엘시스테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
▲ 정부에서는 학생들에게 테블릿 PC를 무료로 지원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무상교육, 무상급식 정책을 펼친다. 누구든 교육 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 대학입시 역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폐지되었다. 장학금은 생활비 보조를 위해 지급된다. 더 이상 이곳에서는 가난이 공부의 장해물이 되지 않는다. 이런 여건 덕분인지 학생들의 표정은 어디서건 밝고 활기찼다.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생겨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중고등과정이 통합 운용되는 기술중고등학교이다. 학생들은 전기나 기술 교육 후 실습을 거쳐 현장에 바로 취업할 수 있다. 학교 선정은 학생들 스스로 결정한다. 일반학교와 전문학교가 각각 설명회를 열어 비전을 제시하면 자신의 성적과 적성에 따라 결정한다. 모든 과정은 평등하고 자율적이었다. 학생들의 발명품과 재능을 보며 웃고 떠드는 동안 그들의 에너지를 한껏 받았다. 요즘 우리나라의 학생들에게 찾아볼 수 없는 활력이다.

초등학생들의 점심시간, 급식실에서는 저학년들의 식사가 한창이다. 낯선이의 방문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가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싱긋 웃으며 포즈를 취해준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아침, 점심, 간식을 제공받는다. 학교에 오는 학생이라면 최소한 밥을 굶지 않도록 국가가 보살펴주는 것이다. 요즘 무상급식문제로 나라가 어수선한 우리와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또한, 베네수엘라에는 아주 유명한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폭력과 가난에 노출된 어려운 여건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한 치유와 희망을 불어넣고자 만들어진 제도 ‘엘시스테마’ 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으로 소개되어질 정도로 기적과도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세계적인 지휘자를 탄생시키고 엘시스테마합창단을 꾸려 세계 곳곳에 순회공연을 다닌다. 음악에 재능을 보이지 않은 아이들도 당당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

운 좋게 엘시스테마 음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만나 그들이 참가하는 축제에 동행했다. 축제 내내 내 옆에 앉아 음식을 나누고 손을 잡고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 무대에 오르기 전 꼭 안아주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7살 어린이의 멋들어진 연주를 시작으로 화음이 어우러지는 합창까지 훌륭하게 마무리했다. 환호하는 나에게 아이들이 달려와 와락 안긴다. 눈물이 글썽하는 뭉클함이 느껴졌다. 그들은 이방인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나눠 줄 수 있을 만큼 풍요로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기에 분명 좋은 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경쟁하는 교육이 아닌 어우러지는 방법을 가르치는 그들의 교육이 부러웠던 순간들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