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부 행복한 제주 <66>
정봉조·신금자 부부

▲ 정봉조(사진 오른쪽)·신금자씨 부부가 제주시 한림항 방역통제소 앞에서 두손을 꼭 잡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윤승빈 기자 sb@jejumaeil.net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제주시 한림항 방역통제소에서 근무하는 정봉조(80)·신금자(67·여)씨 부부는 힘든 삶 속에서도 기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들 부부는 방역통제소에서 일하며 받는 월 급여에 폐지 줍는 돈을 더해 생활한다.

신 씨는 “옛날엔 더 힘든 삶을 살았다. 남편은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일하고 나는 작은 식당을 운영했다”며 “그러다 식당일이 잘 안돼서 정리하고, 1991년 남편과 함께 제주로 여행왔다. 제주에 매력에 빠진 우리 부부는 바로 정착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에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심장에 병이 생겼다. 그로 인해 남편은 막일을 다니며 나를 간호했다”며 “내 병세가 약화된 뒤 부터는 이를 악물고 살았다. 퇴근 후에는 언제나 폐지를 주웠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한 달 생활하고 남은 돈은 저축이 아닌, ‘나눔’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매년 연초가 되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성금을 기탁한다.

정 씨는 “자식들 다 결혼시키고, 제주에 남은 우리 둘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민했다”며 “직장을 구했음에도 폐지를 주워야 겨우 둘이 생활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남는 것이 있었다. 이를 더 어려운 이를 위해 사용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기부 시작 배경을 전했다.

신 씨는 “2012년 처음 공동모금회를 찾아갔을 때는 처음에 많이 기부를 하지 못했지만 그것 만으로도 뿌듯함을 느꼈다”며 “주변 사람들도 우리 부부의 사연을 알고 폐지를 가져다주는 등 조금이나마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이들 부부는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일 할 수 있는 한 언제까지고 ‘나눔’을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누군가는 힘든 형편 속에서 기부하는 우리 부부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힘든 이웃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 합니다. ‘나눔’에서 돈보다 더 큰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신 씨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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