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다른 듯 같은 이야기 <8>
-조미영 작가의 베네수엘라를 가다

▲ 도심 속 내버려진 정원이었으나 이를 농업센터로 조성하여 각종 과일과 채소 약초들을 재배하여 나누고 있다.
▲ 페타이어등을 이용한 채소가꾸기로 일상에서 손쉽게 필요한 작물을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량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식량을 생산해내는 1차 산업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다보니 점차 퇴화돼 경쟁력을 잃고 설 자리를 잃어간다.

대형 다국적 기업에 의한 대량생산과 종자 잠식이 전 세계의 농업시장을 좌지우지 한다. 베네수엘라 역시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허약한 농업체질이 결국 국민들의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높은 수입의존도에 의해 기본 식량조차 시장경제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서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 유카라는 지역농산물을 이용하여 전통방식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이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농업미션을 수행중이다. 우선, 공동체를 중심으로 식량주권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체계적인 농업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직거래방식의 유통으로 시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또한, 도시에서는 도시농업 센터를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텃밭 일구기를 장려한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경제에 내맡겨진 농업은 이미 황폐화된 상태였다. 농업기술은 보잘것없고 종자는 모자랐다. 이를 복원하고자 육묘장을 조성하고 지렁이퇴비를 통해 농토를 살리려 애쓰고 있었다. 지역실정에 맞는 비닐하우스를 조성하여 농산물 공급에 일관성을 주고자 연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마침, 이곳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1시가 되면 농산물을 싸게 살 수 있는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정오를 넘기기도 전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자연스레 긴 줄이 생기고 좌판에는 속속 농산물들이 도착해 진열된다. 피망, 토마토, 오렌지 등 공동체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가격은 시중의 시장가보다 절반이상 싸다.

▲ 직거래장터의 모습

심지어 3~4배가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당시에는 피망가격이 그랬다. 시중에서 600볼리바르로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는데 이곳에서는 180볼리바르에 제공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피망재배에 몰두하고 있다. 유통업자나 기업들에 의해 낙폭차가 큰 가격을 조절하고자 애쓰는 중이다.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은 물론 가공을 위한 사회적기업을 장려하는 것 역시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이긴 하나 다양한 묘목을 심어 농업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가공과 유통을 통해 농민들의 수입을 올리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질 좋은 카카오를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초콜릿 가공 기술과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베네주엘라의 카카오는 유명하지만, 고급 초콜릿은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이들 카카오를 수입해가는 다국적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린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업의 경쟁력과 식량주권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당면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조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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