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릿대의 ‘반란’
-한라산이 위험하다
1. 제주조릿대 일반 현황

▲ 한라산과 제주조릿대.

한라산이 조릿대의 ‘반란’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기후 변화에다 말 방목 등 ‘천적’이 사라지면서 제주조릿대는 세력을 계속 확장, 한라산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면서 다른 식생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이 ‘조릿대 공원’이 되면 국립공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환경부의 ‘경고’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한라산 식생 보전을 위한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전략 차원에서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김현철 박사의 10여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조릿대를 4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 제주조릿대 근경.

제주도에는 우리나라 식물 4500여종의 45% 수준인 190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의 중심부이자 식물의 보고라 불리는 한라산국립공원에는 1000종에 가까운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러한 한라산 식물 가운데 제주조릿대는 해발 600~1900m까지 분포하면서 면적이 약 244.4㎢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조릿대가 이처럼 넓은 분포면적을 차지하는 이유는 대나무 종류로 뛰어난 뿌리번식을 기반으로 기후와 목축업 변화 등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라 분석되고 있다. 특히 제주조릿대는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만이 아니라 밑으로도 내려오면서 제주 식생에 ‘위협’이 되고 있다.

 

▲ 한라산 중산간 지역을 덮은 제주조릿대.

▲ 외국에선 ‘난쟁이대나무’ 명명

전 세계적으로 대나무아과(Bambusoideae) 6속 250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에만 약 200여종이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대나무아과에는 왕대속(Phyllostachys)과 온대성인 조릿대속(Sasa)·해장죽속(Arundinaria)·이대속(Pseudosasa) 등 4속 11종이 자생 또는 재배되고 있다.

제주도에선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루는 맹종죽, 왕대군락을 만나기 어렵지만 산죽이라는 이대(Pseudosasa japonica)는 제주 마을 인근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조릿대 또한 대나무의 일종으로 외국에서는 난쟁이대나무(Dwarf Bamboo)로 부른다.

한반도에 분포하는 조릿대 종류는 학자마다 차이를 보이며 4~6종으로 분류된다. 4종류로 분류할 경우는 북한에 자라고 있는 신이대, 울릉도에 분포하는 섬조릿대, 울릉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조릿대, 제주도에만 분포하는 제주조릿대 등이다.

이 가운데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에서 가장 넓게 분포하는 대표적 수종이다. 제주조릿대의 학명(Sasa quelpaertensis Nakai)을 분석해 보면 ‘Sasa’는 조릿대속을 의미하고 ‘quelpaert’는 제주도를 말하며 ‘Nakai’는 처음으로 명명한 사람을 의미한다. 즉 “나카이가 명명한 제주도에 분포하는 조릿대”라는 것으로, 제주에만 있는 하나의 식물 유전자원이다.

 

▲ 제주조릿대 꽃.

▲다양하고 뛰어난 생존전략

과거 말(馬) 방목 역사를 보면 목초의 성장이 왕성했던 봄과 초여름 사이에는 방목이 원만했지만 겨울철에는 목초성장이 중단돼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대안’으로 상록성의 제주조릿대를 말의 사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제주조릿대의 잎은 겨울철에도 푸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조릿대의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속적으로 잎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묵은 잎은 떨어지고 새로운 잎이 생성이 되어 마치 잎이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제주조릿대는 전략이 능통한 식물이다. 봄철 제주조릿대 잎은 완연한 녹색 잎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가을이 되면 이 잎들이 제주조릿대만이 가지는 특징인 ‘가장자리에 하얀 테두리(pseudo-variegation)’가 나타난다. 제주조릿대의 겨울철 생존 전략으로 체내에 수분을 최대한 유지시키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에 발생될 지상부를 미리 겨울철에 줄기 마디마다 휴면아 발생시켜 이중 강한 것을 골라 이듬해 3월 새로운 신초를 만드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 제주조릿대 개화.

▲ 수평생장하며 한라산 ‘점령’

대나무의 꽃을 보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이는 대나무의 꽃이 피는 시기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꽃을 보기가 힘들어서 나온 말로 생각이 된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주기설과 영향학설로 전자는 10년·30년·60년 등 일정 주기가 되면 개화가 된다는 것이고 후자는 토양 내 무기영양소 결핍이나 영양소 불균형에 따른 개화다.

그러나 대나무의 개화 시원한 답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답을 찾기 위해 제주도에 분포하는 대나무 종류의 꽃을 다 만나봤으며, 제주조릿대는 개화 후 종자가 결실이 되어 종자를 수확 후 파종하여 4년간 키워 보기도 했다.

그 결과 제주조릿대의 지하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뿌리줄기인 단축근경(Monopodial rhizome)과 중심부에서 가짜의 축을 이루는 가축근경(Sympodial rhizome)으로 구분됐다. 대부분의 식물의 생장은 수고 및 흉고 생장을 통한 수직적이다. 그러나 제주조릿대인 경우는 개화 2년 후부터 단축근경 발생에 따른 수평 생장을 하고 발아 후 4년에 되는 해에는 가축근경에서 단축근경이 떨어져 나가 다른 개체로 형성됨에 따라 서식지 우점이 수월하여 한라산 대부분 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김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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