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몰랐지만 '내 딸 금사월'의 장르는 '가족 스릴러 시트콤'이었단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면 으레 기대되는 반짝이는 익살은 없었고, 스릴러를 보여주겠다며 집착한 복수는 너무 지난해서 지쳐버리게 만들었다.

작가는 복수심이, 악한 마음이 결국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그 과정에서 타이틀 롤이자 선한 기운의 상징인 금사월은 무력감에 빠졌고, 의도하지 않게 조연인 주오월이 극의 키를 쥔 채 시청자의 응원을 받았다.

시청률은 30%를 넘어 고공행진을 했고, 광고도 그 덕에 완판행진을 이어갔지만 이 드라마는 완성도에서 여러가지 아쉬운 면을 남기고 말았다.

MBC TV 주말극 '내 딸 금사월'이 온갖 말을 뒤로 한채 지난 28일 시청률 33.6%로 막을 내렸다.

박성수 MBC 드라마국장은 지난 16일 간담회에서 '내 딸, 금사월'에 대해 "'가족 스릴러 시트콤'을 만들겠다며 가볍게 시작한 드라마이고 이 드라마를 통해 재미와 힐링을 받으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엽기 코믹 복수극'인지는 진작 알았지만 이 드라마를 MBC가 시트콤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은 종영을 열흘여 앞두고서야 알게 됐다.

차라리 처음부터 시트콤이라고 표방했더라면 시청자의 반응도, 이해도도 달랐을 것 같다. 그러나 MBC도, 제작진도 그런 설명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딸 금사월'의 소비자들은 조롱과 야유를 이어갔고, 심각한 목막힘 증상을 호소했다.

물론 그런 요란한 비난 속에서도 '내 딸 금사월'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대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끝까지 시원함을 주지 못했고, 인과응보를 향한 그 길에 체증을 지나치게 유발하며 피로감을 안기더니 끝내는 미적지근한 결말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스토리는 시트콤적인 재미를 줄 수도 있었지만, 신득예(전인화 분)의 목숨을 건 절체절명의 복수심과 도대체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악녀 오혜상(박세영)의 행태는 숨쉴 구멍을 주지 못했다.

마지막회에서도 절반이 지나고서야 오혜상이 "이제 재미가 없네요"라는 말과 함께 모든 것을 포기하고는 말았지만, 끝까지 하늘에 대고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고 질문하는 그의 모습은 '진상'이었다.

'가볍게 시작한 드라마'라지만 악녀의 반성까지 가는 길에 관중들은 진이 빠졌고 중간중간 넣은 코미디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결국은 신득예도, 금사월도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에야 맞이한 '뜨뜻미지근한 행복'은 개운하지 않았다.  

'내 딸 금사월'은 2014년 국민적인 인기를 누린 '왔다! 장보리'의 김순옥 작가 작품으로, 방송 10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고 김순옥 작가의 이름값으로 광고도 처음부터 완판됐다.

그러나 '내 딸 금사월'은 바로 그 '왔다! 장보리'의 복제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두 여자의 뒤바뀐 운명을 중심으로 음모와 복수, 악녀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내 딸 금사월'은 역시 출생의 비밀을 큰 축으로 악녀의 온갖 거짓말과 음모가 판을 쳤던 '왔다! 장보리'와 흡사했다.

'에피소드의 여왕'으로 '네버엔딩 스토리'의 달인인 김순옥 작가이지만 1년만에 내놓은 신작은 새롭지 않았고, 그럼에도 새롭게 보이기 위해 좀더 자극적인 양념을 계속 뿌리다보니 악역을 맡은 오혜상과 강만후에게는 계속해서 강력한 건전지가 채워졌다.

자연히 이들 지치지 않는 두 악역의 활보에 대응해야하는 주인공 신득예 역시 더욱 자극적으로 변해야했고, 이들 세 사람이 주고받는 과장된 상황극이 끝나지 않는 핑퐁게임처럼 이어지면서 피로도가 쌓여갔다.

애초 의도대로 시트콤이었다면 톰과 제리식 가볍고 얄미운 코미디를 연출했어야 했지만, 드라마는 신득예의 처절한 복수극을 중심에 놓고 매 에피소드마저 끝도없이 처절하게 끌고 가버렸다.

이 과정에서 타이틀 롤인 금사월의 존재감은 애저녁에 사라졌다. 금사월은 선했지만 무력했고, 대신 그의 친구인 주오월이 생사를 세번이나 넘나드는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결국 오혜상을 감옥으로 보낸 이 역시 주오월이 됐다.

지난해 9월5일 14.7%로 출발한 '내 딸 금사월'은 51회 평균 26.1%를 기록했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은 지난달 30일의 34.9%로 집계됐다.

성적은 좋았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은 아쉬운 '가족 스릴러 시트콤'으로 남게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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