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일본 탐방 <上> 공동화 지방도시 재생 ‘콤팩트시티’

▲ 콤팩트시티 추진 우수 사례로 꼽히는 토야마시 전경.

최근 일본 사회가 직면한 난제 중 하나는 저출산과 고령화다. 기자는 지난 21~24일 일본 현지를 방문해 그 실태를 살펴봤다. 이에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중앙정부의 도시재생사업 방향과 지방정부의 특징적인 관광정책 추진 상황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일본은 고도 성장기에 도시 팽창을 거듭했고, 그 결과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에서 공공시설의 서비스 및 관리 등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또 아키코 일본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실 차장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도시의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제주도 기자단은 지난 22일 도쿄 내각관방을 방문해 지방창생추진실 관계자로부터 지방 중소도시 재생 방안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저출산·고령화 현황

일본의 인구는 2010년 1억280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40년에는 1억700만 명으로 2010년 대비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인구 구성 비율은 65세 이상 노년 인구의 경우 23%에서 3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생산연령 인구(15세 이상 65세 미만) 비중은 64%에서 54%로, 15세 미만 유년 인구는 13%에서 10%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인구 감소 속에 도시 인구도 지속적으로 줄 것으로 관측된다. 3대 도시권(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을 제외한 현청(県庁) 소재 도시 인구는 2005년 정점(1007만 명)을 찍은 후 점차 줄어 2040년에는 838만 명으로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청 소재 도시의 전체 인구는 1970∼2010년 사이 약 20% 증가했지만 2040년에는 1970년과 동일한 수준으로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1970∼2010년까지 인구집중지구(DID:Densely Inhabited District)의 면적은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 성장기에 인구 증가를 전제하고 신도시 건설 등으로 도시 규모를 팽창한 것이다.

문제는 인구 감소로 이들 도시의 공동화가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향후 50년 후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국토 면적의 약 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시 인구가 계속 감소할 경우 편의점과 슈퍼, 병원 등 상업 시설도 함께 사라져 도시 자체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상업 시설의 감소는 고용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 밀도 유지가 일본의 현안이 되고 있다.

 

▲ 제주도내 기자단이 일본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실을 방문해 도시재생 방향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도시기능 유지방안 ‘콤팩트시티’ 추진

도시 인구밀도 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도시 개발 방안은 ‘콤팩트시티(Compact City)’다. 콤팩트시티는 교통인프라가 집중되는 지역에 주거지와 상업시설 등을 밀도 있게 조성해 인구와 생활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역 주변 등 중심 부분을 여러 곳에 두고 이것을 철도 등으로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이토 차장은 “시가지 중심부에서도 인구가 줄어 많은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위기감에 콤팩트 시티를 추진했다”며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지방을 만들어 사람들이 그곳에 거주하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콤팩트 시티의 효과로 ▲생활편리성 유지 및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인프라 등 행정관리비용의 저감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등에 따른 환경보호를 꼽았다.

일본에서 콤팩트 시티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에 시작됐지만 법제화가 된 것은 2년 전이다. 일본 내 1700여개의 시·정·촌 가운데 현재 200여 곳에서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콤팩트 시티 추진의 우수 사례로 꼽히는 도시는 토야마시(富山市)다. 토야마시는 노면전차(LRT) 도입 등을 통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LRT역을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 등 도시기능 집적을 유도해 콤팩트 시티 실현을 도모하고 있다. 그 결과 공공교통선로 거주유지지구 내 인구비율은 2005년 28%에서 2014년 32%로 상승했다. 토야마시는 이 비율을 2025년까지 4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토 차장은 “교통 등 인프라가 있는 곳에 인구를 집중시킨다는 것이 이념상으로는 굉장히 이상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어렵다”며 콤팩트 시티 추진이 아직은 미흡한 상황임을 전했다.

 

■일본이 제주에 주는 시사점

도심 확장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 문제를 안고 있는 제주에 일본이 처한 상황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제주에서는 현재 이주민 증가로 등으로 인해 일본의 고도 성장기 같은 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외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자연녹지를 중심으로 도시 외연이 무질서하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중산간과 해안변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도 가속화 있다. 주거지역의 산재로 인해 향후 도로 등 주민편익 시설 마련을 위한 행정의 재정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구 감소를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나 인구 감소 속도가 일본보다도 빠르다. 일본의 65세 인구 비율은 1970년 7%에서 1994년 14%로 두 배 증가하는 데에 24년이 걸렸다. 그러나 한국(1999년→2018년)은 이보다 5년 빨리 이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 현상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심각하다. 제주 인구가 마냥 증가할 수 없는 구조다. 무턱대고 도시를 확장했다간 일본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일본과 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다르고, 인구도 증가하는 제주에서 콤팩트 시티를 추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고밀도 개발로 도시의 확산을 억제하려는 콤팩트 시티의 취지는 참고할 만하다. 되도록이면 도시 외연을 확장하지 말고, 원도심 고도완화를 통한 고밀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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