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일본 탐방 <下>
고령화 시대 관광정책 ‘배리어 프리’

▲ 이세시마 배리어프리투어센터 관계자가 숙박업소 배리어프리 룸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 미에현 이에시마 소재 료칸 센포카쿠(扇芳閣). 지난달 22일 일본 전통 숙박시설인 이곳을 방문했을 때 독특한 구조의 객실을 볼 수 있었다. 침대가 있는 양실(洋室)과 다다미가 깔린 화실(和室)을 갖춘 방이었다. 장애인 고객을 위한 배리어프리 룸이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구성원 누구나 편리한 생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센포카쿠에 이 배리어프리 룸이 조성된 것은 10년 전. 다다미 객실 3개를 터 만들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2·3세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 방은 지체장애인은 물론 시각․청각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시설이 특징이다. 예컨대 이용자가 휠체어에 앉아 식사와 세면을 할 수도 있고, 침실과 욕실 등 이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이런 방이 모두 3개 있다.

센포카쿠가 배리어프리 시설을 마련한 것은 장애인을 새로운 관광 시장으로 개발하기 위한 ‘이세시마 재생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로만 보지 않고 관광 수요자로 보고 그들을 유치해 관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자는 발상에서 추진됐다. 일본에서는 이세시마가 배리어프리 마켓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01년 발족한 NPO(민간비영리단체) 법인 이세시마 배리어프리투어센터가 있다. 센터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회적 기반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센터는 센포카쿠가 배리어프리 객실을 신설할 때 설계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 이를 시작으로 숙박업소들의 객실 개조가 잇따라 이에시마 내 배리어프리 객실 수는 현재 30개에 이른다고 한다.

▲ 휠체어 이용 고객 등을 위한 맞춤형 욕실.

배리어프리 시설을 갖춘 숙박업소는 가족 등을 동반한 손님이 많아 매출이 느는 효과를 얻고 있다.

센포카쿠 안주인 다니구찌 시즈카 씨는 “배리어프리 시설을 한 후 손님들의 관심이나 문의가 많고, 매출도 증대했다”고 말했다.

행정에서도 숙박업소 배리어프리 시설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시작했다. 미에현 도바시의 경우 올해부터 40만엔의 개․보수비 한도 내에서 50%를 지원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지역의 장애인이나 노인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도 일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세시마 배리어프리투어센터 관계자는 “센터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배리어프리 시설로 관광에 의한 지역의 고령사회 기반 만들기”라며 “시설은 지역주민들이 미래에 필요로 하는 거대한 사회기반 역할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이세시마 배리어 프리 투어센터 나카무라 하지메 이사장

“고령자·장애인 통상 가족동반…여행마켓의 절반 이상 차지”

인터뷰/이세시마 배리어 프리 투어센터 나카무라 하지메 이사장

이세시마 배리어프리투어센터를 이끌고 있는 나카무라 하지메 이사장을 23일 현지에서 만나 배리어프리 관광산업의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수족관 프로듀서로 현재 서울 6․3빌딩 수족관 개․보수에도 참여하고 있고, 제주도에도 여러 번 왔다고 한다.

그는 장애인․고령자관광 시장의 전망에 대해 “일본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26%를 차지한다. 고령자는 돈도 있고, 시간도 있고, 원기도 있다. 고령자 중 75세 이상은 보행 등에 있어 장애인과 같다. 고령자와 장애인은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공통점이 있다. 여행마켓의 절반 이상을 이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배리어프리 관광지라고 하면 이 사람들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관광의 배리어프리화 효과에 대해선 “일본에서도 휠체어 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있고, 그런 사람들은 외출하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이세시마가 앞선 시책을 펼친 결과 장애인관광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이세시마 내 관광지에는 휠체어를 탄 관광객이 다른 곳보다 10배 이상 많다. 고객이 20배로 늘어난 업소도 있다”고 밝혔다.

세계의 배리어프리 관광 동향에 대해 나카무라 이사장은 “하와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리어프리 관광지가 됐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신혼부부들이 하와이로 여행을 많이 가지만, 미국에서는 고령자들이 대부분 가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도 지금 배리어프리 관광이 굉장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하와이와 오키나와가 이어 다음은 제주도가 배리어프리 관광을 활성화하면 어떤가”하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배리어프리 관광산업을 위해선 주민들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장애인이라고 하면 외계인 취급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또 장애인은 가난하나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한 장애인 관광객에게 ‘팜플렛이나 샘플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세시마에 휠체어로 오니까 다 저한테 주더라고요’ 이런 얘기를 들어봤다. 장애인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주민들 전체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건강인과 똑같은 취급을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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