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릿대의 ‘반란’ -한라산이 위험하다
2. 제주조릿대 분포·생육

▲ 한라산에서 바라본 조릿대 분포 지역.
▲ 사진1
▲ 사진2
▲ 제주 조릿대는 해발고도에 따라 줄기·길이 수, 엽면적·무게가 고도별로 다르게 적응하며 성장하고 있다. 낙엽수림대에선 허벅지까지 자라고(사진 1), 관목림에선 키가 무릎 아래에 그치고 있다(사진 2). 이런 과정을 통해 시로미 피압(사진 3) 등 다른 식물의 식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라산에 분포하는 식물은 지리적 위치와 지형적 특수성 등으로 인해 대륙으로부터 남하한 식물, 중국과 일본을 걸쳐 공통으로 분포하는 식물, 열대나 아열대 기원이 식물, 제주도에서 분화한 식물 등 다양한 요소를 지닌 식물들이 구성되어 “한반도의 식물 보물단지”라고 불린다.

이들은 제주도 해안부터 한라산 정상까지 해발고도에 따라 환경구배가 이루어져 난대식물부터 고산식물까지 뚜렷한 수직분포 식생대를 보여 주고 있어 살아있는 식생 교과서인 샘이다. 식생대를 구성하는 식물들은 환경변화에 대해 민감한 수종들이다.

그러나 광엽성인 제주조릿대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몬순 기후에 폭 넓게 적응한 남방계 식물로 근경번식을 통해 급속히 확장할 수 있는 종 특이성을 가지고 있어 온대 낙엽활엽수림부터 한대 관목림까지 우점도가 높은 주요 하층식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다른 식물이 생육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해발고도별 식생유형 뚜렷한 차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식물의 생장은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그 식물이 자라고 있는 환경에 의하여 많은 영향을 받는다. 비록 동일종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처해 있는 환경조건 즉, 온도, 수분, 광선, 토양 등 환경요인과 주변 식생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하여 생육상태가 크게 달라진다.

한라산의 식생대는 해발고도에 따라 낙엽활엽수림, 소나무림, 구상나무림, 관목림으로 뚜렷한 수직분포를 보이는데, 해발고도별 제주조릿대의 생육특성을 식생구조와 연관 지어 분석한 결과 식생유형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제주조릿대의 해발고도별생육특성 차이는 해발 600m부터 1,300m까지는 제주조릿대가 잎 크기, 줄기 길이가 점차 커지다가 1,400m이상부터 작아진다. 특히 어리목 구간 제주조릿대의 줄기의 길이는 해발 1,800m일대의 제주조릿대가 해발 1,300m 이하에 자라는 제주조릿대 보다 약 5배 정도 작아지는 현상도 보인다.

식생유형별로 구분하여 제주조릿대의 생육특성을 보면 낙엽활엽수림의 제주조릿대 줄기는 약 66cm이나 관목림에서는 약 33cm로 2배 정도도 작아지고 잎 크기도 작아진다. 그러나 단위면적당(㎡) 나타나는 제주조릿대의 줄기 수는 낙엽활엽수림 202개/㎡, 관목림 1,800개/㎡로 약 9배가 증가된다. 제주조릿대의 무게(biomass)는 제주조릿대 생장현상의 종합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제주조릿대의 지상부의 무게는 낙엽활엽수림 2,103g/㎡, 관목림 1,240g/㎡로 약 2배의 차이를 보이는 반면 지하부는 관목림 9,536g/㎡, 낙엽활엽수림 2,303g/㎡로 약 4배의 차이를 보인다.

 

■원인은 기온 차이로 인한 유기물 함량

해발고도 100m 높아질 때 마다 기온이 0.5℃씩 하강되어 토양 미생물의 종류나 활동이 감소되고 이로 인해 낙엽분해 속도가 감소되어 토양내 유기물함량이 적어진다.

특히 한라산의 산림토양은 현무암이나 화산회의 풍화 모재로부터 생성됨으로써 토양이 척박한 편에 속한다. 제주조릿대의 생육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식생유형별 제주조릿대 군락내부 토양속 유기물함량과 광량을 분석하였다.

토양내 유기물 함량은 해발고가 낮은 낙엽활엽수림에서 18.8mg/kg, 1,400m이상인 관목림은 10.9mg/kg으로 낙엽활엽수림 토양이 관목림보다 더 많은 영양분을 지니고 있었다. 제주조릿대의 상층부에 비치는 광량의 차이 관목림 지역이 낙엽활엽수림이나 구상나무림에서 보다 10~20배정도 높았다.

따라서 낙엽활엽수림에서는 제주조릿대가 임상의 하부식생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상층부로부터의 유기물 이입은 풍부하나 광량의 투입이 적어 더 많은 빛을 받기 위해 잎의 크기, 줄기의 길이 등 지상부가 발달을 하였고 관목림에서는 광량이 충분하나 토양 내 영양분이 부족하여 더 많은 토양 내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지하부가 발달되었다.

이처럼 제주조릿대는 다른 식물에 비해 주변환경 변화에 따라 살아가기 위한 처세술이 높아 한라산에서 폭넓은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낙엽면적으로 하부식생에 영향

생태계에서의 천이는 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식물군집의 변화를 말한다. 이는 식생을 구성하는 식물 종이 환경변화에 따라 종별로 서로 다른 생리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수종간의 경쟁을 통한 우점종 및 구성종의 변화로 시간에 따른 환경변화에 밀접함을 보인다.

즉 제주조릿대 군락의 하부에 구성하는 종이나 치수에 광선, 기온, 습도 등의 독특한 환경을 형성하여 하층식생의 생장량이나 생존율에 크게 관여한다. 제주조릿대의 생육특성에 의해 제주조릿대 하부에 나타나는 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조릿대의 단위면적당(1㎡) 엽면적은 낙엽활엽수림 7.76㎡, 관목림 24.88㎡로 약 3.5배가 관목림이 높게 분석 되었는데 이는 낙엽활엽수림보다 관목림의 분포하는 제주조릿대가 잎이 층층이 포개져 있어 제주조릿대 하부에 더 많은 햇빛을 차단되고 더 많은 낙엽 부엽층 발달을 야기시켜 상층으로부터 떨어지는 다른 식물의 종자 이입 차단하게 된다.

또한 제주조릿대의 단위면적당 밀도 차이에 의한 피압은 낙엽활엽수림에 분포하는 식물들 보다 생육속도가 매우 느리고 환경에 매우 민감한 식물로 관목림을 구성하고 있어 그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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