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릿대의 '반란' < 3 >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 방목과 벌채는 하부 환경을 개선, 다양한 식생의 출현 등 효과가 확인됐으나 관리가 단속적일 경우 제주조릿대 밀도 증가 등 역효과도 발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벌채 후 제주조릿대 군락지 모습.

 

▲ 사진1
▲ 사진2
▲ 사진3
▲ 벌채는 제주조릿대 관리에 효과적이나 벌채 횟수에 따라 그 효과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연 1회(사진 1)·3회(사진 2) 벌채에 따른 하부 식생 차이. 말 방목도 관리에 효과적이어서 방목 전(사진 3)과 방목 후(사진 4)의 차이가 확연하다.

과거 제주 말 방목은 고려 충렬왕 2년(1276년)에 원(元)이 제주에 말을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지역의 기후 특성을 보면 목초의 생산은 봄과 여름에 가능하여 방목기인 4월과 10월 사이에는 초식 가축 방목이 원만했다.

그러나 목초 생산이 중단되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목초가 부족하여 상록성인 제주조릿대를 말의 먹이를 사용했다. 또한 진드기가 없는 목야지를 확보하기 위해 화입이나 고산지대에 올라 방목을 했다.

이처럼 한라산은 방목·화입·벌채 등 인위적으로 관리가 돼 왔다. 그런데 1980년 이후 방목이 금지되면서 제주조릿대가 한라산의 주인처럼 세력을 확산하면서 한라산의 환경변화를 가져오고 다른 식물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조릿대류는 비록 한라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도 조릿대류의 산림내 점유면적 증가하며 이에 따른 문제점은 인지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2001년에야 시작 ‘뒤늦은 연구’

한라산 식물에 대한 연구는 1914년 일본인인 나카이의 ‘제주도 및 완도 식물조사보고서’로부터 시작됐다. 국내 학자들 연구는 1957년대 이덕봉의 ‘제주도의 식물상’에 이어 1970년 중반까지 이영노·오계칠·차종환 등의 연구가 진행됐다. 1977년부터는 도내 학자인 오현도·김문홍·이종석 등을 주축으로 한라산 식물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 오늘날 한라산의 식물 연구의 중요한 연구자료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제주조릿대는 과거부터 한라산에 분포했으나 당시에는 주요 연구 대상 식물이 아니었다. 2001년 한라산연구소 개소에 따라 제주조릿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주조릿대를 주제로 연구가 이뤄졌다. 이후 2009년까지 제주조릿대의 분포현황 및 생육특성 조사, 관리방안연구, 경제적 가치 산출 및 산업화 연구 등이 진행됐다.

 

 

▲말 방목 효과 있으나 ‘부작용’도

제주조릿대를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민간에서 내려오는 소금 살포·깻묵 피복 등과 제주조릿대 개화유도를 위한 식물호르몬 처리 등과 벌채, 말 방목 등이다. 이 가운데 효과가 입증된 게 말 방목과 벌채다.

말 방목은 2005년 국립축산진흥원과 공동으로 말 사료가치 평과와 임간 방목 후 제주조릿대의 생육과 하부식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방목 말은 제주조릿대의 1~2년지와 당년지에 상관없이 제주조릿대에 대한 높은 기호성을 보였고, 방목기간 동안에 농후사료를 보충 급여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조릿대의 조단백질 함량은 성숙한 잎은 12.2%, 신초(당년지) 잎은 16.6%로 도내 말 사육농가에서 사용되는 사료작물보다 비교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열안지 목장 인근 제주조릿대 군락지에서 진행된 말 방목으로 일단 제주조릿대는 줄기 길이와 밀도는 감소했고 종다양도는 높아졌으나 ‘부작용’도 발견됐다. 방목 1회만 진행됐을 때 줄기 길이는 감소했으나 줄기 하나에서 다발형의 줄기가 발생, 밀도수가 증가됐고, 말이 나무껍질 씹기(Bark chewing) 행동에 따른 박피 피해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조릿대류가 전체 산림의 50%를, 특히 북해도 지역은 산림면적의 89%를 차지하고 있음에 따라 말을 방목, 조릿대의 밀도를 조절하여 초본류나 목본류 갱신상태를 개선하고 있다.

 

▲벌채 연 2회 이상 실시해야

제주조릿대의 벌채에 대한 연구는 말방목보다 다른 식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 1회 벌채는 1년 후 제주조릿대의 밀도와 크기가 감소하고 다른 식물이 이입으로 종다양도가 증가했다. 하지만 3~4년 경과 후 제주조릿대가 점차 회복되면서 벌채전보다 약 50%이상 밀도가 증가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 2회 이상 벌채부터는 3~4년 경과 후에도 벌채 전보다 밀도와 줄기 길이가 감소하고 종다양도는 증가했다.

이처럼 제주조릿대를 관리하기 위한 방목과 벌채는 제주조릿대를 왜성화(矮性化) 시켜 하부에 광선·기온·습도 등 환경을 개선해줌으로써 다양한 하부식생의 출현으로 임상의 갱신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나 지속적인 관리가 진행되지 않을 시에는 제주조릿대의 밀도 증가 등 역효과가 나타난다는 결론이다. 즉 한라산의 제주조릿대는 일시적이나 임기응변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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