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부터 장학금 조성…제주공동모금회장도 역임

‘낮은 곳’에 있었던 사람은 ‘낮은 삶’을 진실로 공감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야 말로 나눔이 지닌 진정한 힘을 안다.

현태식(79) 전 제주시의회 의장은 자신을 “낮은 곳에 있었기에 나눔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정말 힘들어 본 사람만이 알아요. 나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힘든 상황을 겪는지 압니다. 제가 나눔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 전 의장의 나눔은 학창시절의 ‘배고픈’ 경험에서 비롯됐다. 열 네 식구가 한 집에서 살았던 그는 가난했지만 공부를 하고 싶었다. 돈이 없어 머슴처럼 일하다가 남들보다 1년 늦게 갔지만, 오현고등학교를 차석으로 합격해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3학년 2학기에 장학제도가 폐지됨으로 인해 현 전 회장은 ‘위기’에 닥쳤다. “겨우 졸업을 하긴 했지만, 한 학기 동안 수업료를 내지 못 해 스트레스를 받다가 ‘폐인’이 돼 버렸죠.”

현 전 의장은 1970년대 말 오현고 동창회를 조직하고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해 모은 사비를 털어 곧바로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돈이 없어 서러웠던 제 학창시절 기억이 나를 움직였습니다. 어려운 학생에게 학비를 대주면 그들이 사회에 훌륭한 사람으로 커 다시 나눔을 전파할 수 있죠.”

이후 현 전 의장은 또 한 번 ‘나눔’의 기적을 일으켰다. 1980년대 말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새마을금고가 파산 직전일 때 그는 사비를 다시 털었다. “당시 새마을금고는 약자를 경제적으로 구제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파산이 되면 어려운 사람들은 곤경에 빠질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개인재산을 쏟아 부어 새마을금고를 살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도권’으로 눈을 돌렸다. 제주시의회에 입성, 1991년 의장으로 선출되며 4년 동안 의정활동을 펼쳤다. “낮은 곳에 있어 보니, ‘관’은 힘없는 사람들을 핍박한다는 걸 느꼈죠.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변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의장 직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임기 동안 받은 의정활동비를 소녀가장 돕기,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에 환원했다.

현 전 의장은 1999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2대 회장을 맡으면서 나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또 매년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기탁했다. 그의 나눔 행보는 지난해 11월에는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눔 문화가 곳곳에 번져서 소외받는 약자들이 배려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회는 항상 낮은 곳을 바라보며 낮은 사람들을 도와줘야 합니다. 그게 바로 평화로 가는 길이기도 하고요.”
현 전 의장의 나눔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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