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25)길마가지나무

▲ 길마가지나무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을 마주하다 보면 꽃의 자태뿐만 아니라 진한 향기에 매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꽃의 향기분자는 약 1000m에서 1200m까지 이동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초록의 생명이 아직 다 움트기 퍼져 있는 향기는 이시기의 또 다른 숲의 매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백서향 만큼은 아니지만 향기를 품고 봄을 알리는 나무 중에는 길마가지나무라는 봄의 전령사도 있다. 

 

■인동과의 작은 키 떨기나무

생소할 수도 있는 나무지만, 길마가지나무는 인동과(科)의 작은 키 떨기나무이다.

흔히들 괴불나무종류 알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꽃이 피는 시기나 꽃 구성요소의 색깔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 구분된다. 길마가지나무의 영명은 Early-blooming ivory honeysuckle 이다.

그대로 해석을 한다면 일찍 꽃이 피는 인동종류라 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연약한 가지에서 밑을 향하고 있는 꽃은 잘 정리도 눈썹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향기로 볼 때는 좀 소박하지만 조용한 숲속의 전령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 길마가지나무 열매.

길마가지나무는 지면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생강나무보다는 개화시기가 조금 빠르고 곶자왈에 자라는 백서향보다 조금은 늦어 봄의 문턱에서 피는 종류라 할 수 있다.

이 시기가 되면 길마가지나무의 꽃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 블로그나 카페를 볼 수 있는데, 다른 종류와는 달리 좀 화려한 느낌을 많이 받을 것이다.

비슷한 종류로는 올괴불나무와 숫명다래나무, 홍괴불나무 등이 있다. 많이 혼동하는 올괴불나무와는 수술의 색이 자주색에 가깝고 꽃잎이 뒤로

젖혀지지 않는 차이가 있으며, 한라산에 자라는 홍괴불나무하고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꽃의 색상에 있어 차이가 있다.

특이한 이름이라 할 수 있는 길마가지나무의 이름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진 부분은 없다. 빼곡한 가지들이 산채꾼의 길을 막거나 은은한 꽃향기에 상춘객의 길을 멈추게 된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다.

▲ 길마가지나무 꽃.

다른 견해로는 열매의 모양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말이나 소에 짐을 얹기 위해 쓰는 길마의 모양과 비슷해서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지만 곶자왈 인근에서 자랐거나 했으며 빨갛고 특이한 열매를 한 번 쯤은 보았을 수도 있을 터라 그 특이한 생김새에 대한 기억들은 충분히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가늘고 긴 가지들이 밀집형태로 자라는 길마가지나무의 형태를 보면 개나리와 같은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쳐짐은 없다. 잎은 타원형으로 마주나기하며 양면의 맥 위나 가장자리에 털이 있어 다른 종류들과는 구분이 쉬운 편이다.

꽃은 3월부터 4월까지 피는데 우리 제주지역에서는 2월말부터 피기 시작한다. 좌우 대칭형의 꽃이 피며, 흔히 새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밑을 향해 피는 특징이 있다. 특이하게 생긴 열매는 장과로 2개가 거의 합쳐진 형태로 달리며 6월경에 성숙하게 된다.

 

▲ 댕댕이나무 꽃.

■한반도 서쪽에 편중돼 분포

길마가지나무는 우리나라 곳곳에 분포한다. 국내 분포도를 보면 제주도를 비롯하여 전역에 분포하지만 주로 한반도의 동쪽지역보다는 서쪽에 편중되어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과거에는 국내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종으로 잘못 소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여러나라이 정보들이 잘 알려지면서 중국 동북부지역과 일본의 대마도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분포로 볼 때 한반도와 제주도를 중심으로 하여 동북아시아지역에 한정되어 자라는 식물이라 할 수 있다.

흔하게 관찰되는 나무는 아니지만 제주지역의 자생지들을 살펴보면 좀 다양한 편이다.

간혹 하천변에서도 관찰되기도 하며, 오름의 분화구나 사면 같은 곳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고, 특히 곶자왈지역에 분포가 많은 특징이 있다.

길마가지나무가 자라는 생육환경을 보면 숲 내부보다는 숲의 외각 쪽에 자라는 경우가 많고 상록활엽수림보다는 낙엽활엽수림지역에 많은 특징이 있다. 대부분 개체들이 숲의 임연군락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수가 무리지어 있거나 하는 경우도 드물어 말 그대로 듬성듬성 분포한다는 표현이 제격인 나무이다.

▲ 홍괴불나무꽃.

꽃 자체는 화려하지만 개나리 같은 종류에 비하여 꽃의 색도 화려하지 못하고 수도 너무 적으면서 띄엄띄엄 피어 그리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봄의 문턱에서 꽃이 피고,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으며, 괴불나무 유사 종들과의 차이점 등으로 인해 마니아층을 대상으로는 오랜 시간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온 종류이다. 그런 면에서 전체적인 화사함은 없지만 접사렌즈를 통해서 꽃을 하나하나 뜯어 본 다면 많은 매력을 가진 식물임에 틀림이 없다.

식물에서 나오는 향기는, 특히 꽃의 향기는 주로 암꽃의 부분이나 꽃잎 등에서 발산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드물지만 특정식물의 경우 수꽃의 꽃가루에서도 이런 향기를 발산하는 식물이 있기도 하다.

이러한 향기는 수분 매개자를 유인하는 목적이 주이지만 반대로 해를 줄 수 있는 초식자 등의 접근을 막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견지에 볼 때 인간은 식물이나 꽃의 입장에서 볼 때 유익한 존재인지 아니면 막아야 할 존재일지 생각해 볼 수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생각에는 분명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 많은 꽃들의 수분매개자 같은 유익한 존재가 아니라면 방해꾼만 되지 않게 평소에 주의해서 행동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원>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