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부 행복한 제주 <70>
이철수 진흥기업㈜ 대표

“기부는 마약입니다. 한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계속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기부를 하기 시작하니 못 그만두겠더라고요. 그만 둘 생각도 없고요.”

이철수(62·사진) 진흥기업㈜ 대표는 기부를 파격적인 대상에 비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의 기부는 멈춰본적 없다. 기부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딜 만큼 신경이 쓰인다는 그는 기부에 중독된 사람이다.

이 대표는 1995년 2월 서귀포에 진흥기업을 설립할 당시부터 기부를 염두에 두었다.

“사업을 할 때 정말 어렵게 시작했어요. 하지만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죠. 우리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다 지역사회 덕분이니까요. 그래서 기부는 제가 지역사회에게 받은 만큼 다시 그들에게 베푸는 일인 거죠”

그의 기부에는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계획적’이라는 것. “언제 어디에 기부를 해야겠다는 계획은 매달, 매년 세워두고 있습니다. 왜냐, 지갑에 돈이 들어온 뒤 내친다고 생각하면 어떤가요? 좀 어렵죠. 차라리 지갑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얼마를 떼면 시원하죠. 그래서 수중에 돈이 들어오기 전에 기부를 할 수 있도록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겁니다” 이 대표는 이런 그만의 기부 방식을 ‘적금’이라 일컬었다.

이 대표의 기부는 ‘봉사활동’과도 연결된다. “직접 김치를 담그거나 목욕을 시켜드리는 등 직접적인 봉사 활동은 정말 ‘신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김치를 맛있게 담글 수 있겠습니까, 목욕을 깨끗이 시켜드릴 수 있겠습니까. 기부를 통해 그런 봉사활동을 해주시는 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좋은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도 놓쳐서는 안 되죠”

그렇다고 그가 기부만 하는 건 아니다. 2006년에는 서귀포의 전기공사업체를 모아 ‘서귀포사랑 전력인봉사단’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곳을 찾아다니며 도와드립니다.

매일시장이나 시골 같은 곳에 말이죠. 저희가 전기회사이기 때문에, 가장 잘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밖에도 그가 소속한 뉴제주라이온스클럽에서 10여년 전부터 기부와 봉사를 펼치는가 하면, 지난해 3월에는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이대표의 기부는 ‘마약’ 같은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소설 ‘상도’에서 ‘계영배’가 나옵니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죠. 제 기부 철학을 물으시거든, 계영배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부를 통해 돈이 쌓여넘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 주는 거죠. 또 그럼으로써 지역사회가 이로워진다는 것, 얼마나 좋습니까”

마약, 적금, 계영배.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기부할 곳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 대표에게, 앞으로도 기부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더 많이 만들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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