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공·수사당국 밝혀…"사고 당시 공항에 강한 바람과 비"

▲ (AP=연합뉴스) 추락 여객기 잔해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 공항에서 19일 새벽(현지시간) 추락한 두바이 항공사 '플라이두바이' 소속 여객기는 강풍과 비 등 악천후 속에서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와 교통부는 악천후와 기장 실수를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마르킨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은 "여러 가설을 검토 중이라며 그중에는 조종사 실수, 기술적 결함, 악천후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사위원회 관계자는 "악천후와 엮인 조종사 실수를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악천후 상황에서 기장이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실수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었다.

사고 무렵 공항엔 초속 14∼28m의 강풍이 불었고 비도 내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초속 17m 이상의 강풍에는 원칙적으로 착륙이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토프나도누시(市)가 속한 로스토프주(州) 주지사 바실리 골루베프는 "태풍 수준의 강한 바람이 사고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리스인으로 알려진 기장의 조종 실수가 사고를 불렀을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현지 REN-TV는 관제소와 기장의 대화록을 인용해 "기장이 몇 차례나 풍속과 시야에 관해 물었고 관제소는 바람이 초속 18m의 위험한 수준으로 불고 있음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기장이 악천후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수사당국은 이밖에 기체의 기술적 결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국은 사고 정황상 테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전문가들이 사고 현장에서 폭발물 흔적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나 찾아내지 못했다"며 "이는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는 증거"라고 전했다.

플라이두바이 항공사 측도 사고가 폭탄 폭발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현지 항공·수사 당국에 따르면 사고기는 전날 저녁 두바이를 떠나 예정대로 약 4시간 동안의 비행 뒤 이날 새벽 로스토푸나도누 공항에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착륙을 못 하고 지상 500m까지 낮췄던 고도를 높여 약 2시간 동안 로스토프나도누시 상공을 선회 비행하며 연료를 소진한 뒤 오전 3시 30분께 2차 착륙을 시도했다.

항공 당국 관계자는 타스 통신에 "비행 중에는 여객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기장이 착륙할 수 없어 2차 착륙을 시도하겠다고 보고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차 착륙 시도에서 여객기 날개 부분이 활주로 부근 지상과 충돌했고 기체가 곧바로 화염에 휩싸이며 부서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체는 충돌 충격과 화재에 뒤이은 폭발로 산산이 부서져 1km 반경에 넓게 흩어졌다.

일부 언론은 사고 여객기가 두 차례의 착륙 시도 뒤 세 번째로 착륙하려다 사고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타스 통신은 여객기가 2차례의 착륙 실패 뒤 회항 때 세 번째 착륙에 필요한 충분한 고도까지 날아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비행기록장치 등을 담은 블랙박스를 회수해 조사하는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 항공안전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고 보고를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희생자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을 위해 모든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크렘린궁이 발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사고 처리와 유가족 지원을 위해 교통부 장관이 이끄는 정부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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