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연이어 개봉

미국 만화계의 양대 산맥인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이 스크린에서 격돌한다.

그동안 상대적 열세에 놓인 DC코믹스의 히어로들이 반격을 채비를 갖췄다. 24일 개봉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이 선봉에 섰다.

DC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여럿 나온다는 점에서 마블코믹스의 '어벤져스' 시리즈와 유사하다.

마블코믹스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응수한다. 다음달 28일 상영된다.

2000년대 들어 영화계는 마블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주름잡고 있지만 애초 주도권은 DC코믹스가 쥐고 있었다.

슈퍼 히어로의 최초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슈퍼맨'과 슈퍼맨 시리즈를 뒤이은 '배트맨'이 바로 DC코믹스의 히어로였다.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라도 기억하는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연기한 '슈퍼맨1'(1978), '슈퍼맨2'(1980), '슈퍼맨3'(1983), '슈퍼맨4'(1987)는 198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영웅이었다.

'슈퍼맨1', '슈퍼맨2'는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했으나 '슈퍼맨3'는 전작보다 못한 평을 받고 '슈퍼맨4'는 망하다시피 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배트맨이다.

팀 버튼 감독이 특유의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로 창조한 '배트맨'(1989년)은 배트맨 영화 중 최고로 손꼽힐 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팀 버튼이 재차 연출한 '배트맨 리턴즈'(1992)도 전작에 버금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조엘 슈마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배트맨 포에버'(1995)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고, 그가 다시 연출한 '배트맨과 로빈'(1997)은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 '괴작'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배트맨 시리즈를 되살리기까지 8년이 걸렸다.'

놀란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를 리부트한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등 이른바 다크 나이트 3부작으로 배트맨의 명성을 되찾았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마블코믹스로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마블코믹스가 직접 '마블스튜디오'란 제작사를 차려 영화 제작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마블코믹스 히어로들의 영화판권을 나눠 가진 20세기폭스(엑스맨, 판타스틱 4), 소니픽처스(스파이더맨) 등이 제각각 영화화했다면, 이제부터 마블스튜디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히어로 영화들이 공유하는 세계관)란 중심축을 두고서 히어로들을 차례로 스크린으로 이동시켰다.

개별 영화에서 활약하던 히어로들이 한편의 영화에 총출동하는 식이다.

'아이언맨'(2008), '인크레더블 헐크'(2010), '아이언맨 2'(2010), '토르: 천둥의 신'(2011),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에서 개별 히어로만 나오다가 '어벤져스'(2012)에서 히어로 올스타팀이 출연한다.

이후에도 '아이언맨 3'(2013), '토르: 다크월드'(2013),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서도 같은 방식이 반복된다.

또 각 영화에 쿠키 영상을 제작, 다음 작품의 내용을 암시해 영화간 연속성을 유지하기도 했다.

마블스튜디오의 이 같은 체계적인 물량공세에 힘입어 '마블코믹스=슈퍼 히어로 영화' 등식이 성립하게 됐다.

DC코믹스를 소유한 워너브러더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표적인 히어로인 슈퍼맨을 새롭게 부활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마블코믹스의 히어로인 '엑스맨' 시리즈를 영화로 만들어 히트시킨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그러나 그가 연출한 '슈퍼맨 리턴즈'(2006)는 흥행과 비평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후속작이 '맨 오브 스틸'(2013)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한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성공에 힌트를 얻어 기존 슈퍼맨 시리즈를 리부트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슈퍼맨은 자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빨간 팬티'를 벗어던지기까지 했다.

이번에 내놓은 '배트맨 대 슈퍼맨'은 바로 '맨 오브 스틸'의 이후 상황을 그렸다.

전작에서 슈퍼맨(헨리 카빌)과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간 대결로 메트로폴리스가 대대적으로 파괴되자 슈퍼맨은 논쟁적인 인물이 된다.

과거 배트맨으로 활약하다가 은퇴한 브루스 웨인(벤 애플렉)은 슈퍼맨 역시 언제가 타락할 것을 우려해 배트맨으로 복귀, 초인적 능력을 갖춘 슈퍼맨을 제압하려고 한다.

'맨 오브 스틸'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DC코믹스 히어로 군단인 '저스티스 리그'로 가기 위한 발판이다.

저스티스 리그(정의연맹)는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플래시, 그린랜턴, 아쿠아맨 등 DC코믹스 히어로들이 결성한 단체를 말한다.

영화에서는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이 등장한다. 원더우먼이 실사영화에 출연한 것은 75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워너브라더스는 '원더우먼'(2017), '저스티스 리그 파트1'(2017), '플래시'(2018), '아쿠아맨'(2018), '저스티스 리그 파트2'(2019), '사이보그'(2020) 등 히어로 영화를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다.

마블스튜디오가 사용한 '개별 히어로→올스타팀'의 반복과 유사하다.

DC코믹스는 스크린에서 마블코믹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전작의 흥행만 놓고 가늠하면 마블코믹스의 철옹성은 여전히 굳건하다.

국내 극장가에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전작인 '어밴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관객 1049만명을 동원했다. 반면 '맨 오브 스틸'은 218만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이 배트맨과 슈퍼맨간 대결을 그린 첫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 전작과 다른 파괴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오전 9시20분 현재 실시간 예매자 수가 10만9115명(예매율 72.2%)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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