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다른 듯 같은 이야기 < 10 >
-조미영 작가의 베네수엘라를 가다

▲ 꾸마나시 500주년 행사장을 찾은 많은 시민들.
▲ 해산물을 거두어가는 어부, 사람만 다를 뿐 제주바다와 닮았다.

카리브해! 그 말만으로도 낭만이 철철 묻어나는 해변. 늘 바다를 인접해 살면서도 새로운 바다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뛴다. 더욱이 카리브해가 갖는 로맨틱한 이미지덕분에 바다에 닿기 전부터 설레었다.

▲ 카리브해의 오후. 시민들이 야자수 그늘에서 쉬거나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북부는 카리브해와 인접해 있다. 내가 방문한 북부의 꾸마나시는 이 해변과 맞닿아 있어 아침마다 카리브 해의 푸른 바다를 보았다. 이른 아침 수영을 하기 위해 나온 사람과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이 어우러지는 바닷가. 그들의 일상은 나른할 정도로 평온해 보인다.

가끔 흐린 날의 바다는 흡사 제주의 바다를 보는 듯 했다. 어부의 낡은 배가 선착장에 매어있고, 바닷가 바위를 파도가 철썩철썩 때리고 있다. 바닷가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 어부들이 직접 손질하여 음식을 만들어준다. 문어와 조개 등을 식초에 버무려 주는 맛이 일품이다. 이들은 관광자원화를 위한 음식사업의 일환으로 지역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꾸마니시가 추진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시범사업을 하는 중이다.

꾸마나시의 다비드시장은 민선 시장이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 엘리트이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일이 많다. 산업엑스포장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도시의 발전계획을 설명하고, 각종 사업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뛴다. 하천정비사업과 공원화 정책으로 도시의 다각적인 변화를 꿈꾸는 등 열정이 대단하다.

다음날, 꾸마나시 500주년행사에 참여하였다. 도시 곳곳이 축제장이다. 대통령까지 참석한 개막식행사는 거대한 서사극으로 진행되었다. 4,000여명의 학생들이 출연하여 그들의 역사를 극으로 선보이는 형식이다. 원주민의 삶을 시작으로 식민지를 거쳐 독립 그리고 독재를 거쳐 지금에 이르는 과

▲ 꾸마나시 500주년 기념 벽화.

정을 표현해 냈다. 극이 끝나자 대통령이 공연장으로 내려갔다. 갑자기 출연했던 학생들이 와~ 몰려간다. 아이들에 둘러싸인 대통령은 그들을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경호원들의 제재는 없었다. 지켜보던 관중들 역시 박수와 함성을 보낸다.

뭔지 모를 가슴 뭉클함이 밀려왔다. 형식적 행사로 점철되는 우리네 기념식들과 다른 어떤 감동이었던 듯하다. 아직 모자라고 서투른 곳이 많은 그들이지만, 가야할 길은 밝아 보인다.

<글·사진 조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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