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다른 듯 같은 이야기 < 11 >
조미영 작가의 베네수엘라를 가다-에필로그

▲ 알록달록한 색상의 산비탈집들. 주로 저소득층 주민들이 거주한다.
▲ 국민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국영으로 운영하는 뉴트리션 식당에 줄을 선 사람들.
▲ 지역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사회적기업.

공항을 빠져 나오며 다닥다닥 붙은 산비탈의 집들에 눈을 떼지 못했다. 분홍, 노랑,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포장되었지만 열악한 환경의 집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 한 몸 기댈 곳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그동안 베네수엘라의 독재자들은 전혀 국민들을 돌보지 않았었다. 복지는커녕 도시 기반시설조차 갖추지 않았었다. 또한 자연재해도 많아 집 잃은 이들이 많다.

이후, 볼리바리안 혁명과 함께 다양한 미션을 통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토지개혁을 통해 빈민들에 정부관할 토지를 마련해 주고, 자연재해를 입은 재해민에게 집을 지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다. 또한,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교육미션으로 교육의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그 외 무상의료와 저소득층에게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하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회빈민층을 껴안고 있다.

▲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만들어 재해민과 저소득층들에게 싼 가격으로 주택을 보급하고 있다.

최근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식단조절에 힘쓰고 있다. 뉴트리션 식당을 국영으로 운영하며 식단의 열량과 영양소를 관리한다. 또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의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일자리와 자립 경제의 가능성을 키워주고 있다. 덕분에 그들의 일상은 우리와 같은 치열함이 아니다. 간혹 여유로워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그들의 삶은 팍팍하다. 일상용품마저 넉넉지 않고 정치적 견해차로 대립이 심하다. 아직도 부족한 것 또한 많다.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추어지지 않아 어수선한 거리와 정비되지 않은 시설들이 여러모로 불편하다. 하지만 우리의 80년대가 그러하였듯 성장의 기로에 선 그들은 좌충우돌 젊은 혈기의 청년 같아 보인다.

아마 이런 완성되지 않은 모습들이 이방인들의 눈에 불안으로 비춰지는 듯하다. 더욱이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많아 천연 자원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남아있다. 그렇기에 더욱 가능성이 크다.

낯선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탐험가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았던 시간들이다.

다른 외모의 사람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그들이었지만, 결국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든 같았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근심 걱정도 같고 좋은 음식이 생기면 이웃과 나누며 웃고 떠드는 것도 같다.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젊은이들은 사랑에 울고 웃는다. 우리의 일상과 닮은 일상이 지구 반대편에도 존재한다.

편견을 깨는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그동안의 글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작은 등불이 되길 바라며 연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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