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도자 12명, 정상들 친인척과 톱스타도 다수 포함

4일 폭로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는 세계의 거물 정치인과 톱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어떻게 재산을 비밀리에 관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미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에는 전·현직 국가 지도자, 그들의 친인척과 측근들, 톱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 전·현직 국가 지도자 12명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2009년 의회 입성 당시 부인과 함께 버진아일랜드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가 몇 달 뒤 자신의 지분을 부인에게 1달러에 팔았다.

이 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진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채권을 수백만 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2013년 총리 취임선서를 할 때는 물론이고 정부가 은행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는 동안에도 자신의 가족이 바로 채권단의 일부라는 중대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2014년 5월 의회에 출석했을 때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조세회피범들을 추적하고 있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그런 정보를 획득하는 일이 현실적이고 유용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얼버무린 바 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두 회사의 주주인 룩셈부르크 회사에서 모종의 직위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진아일랜드의 기업들은 영국 런던 소재 호화주택에 대한 2천600만달러(298억원), 800만달러(91억원) 상당의 저당을 설정하고 살만 국왕이 사용하는 요트를 등록하는 등 역할을 했다.

그밖에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전 카타르 국왕, 아야드 알라위 전 이라크 총리, 알리 아부 라게브 전 요르단 총리 등 중동의 리더들도 이번 문서에 포함됐다.

◇ 푸틴·시진핑·캐머런 등 국가 정상들의 친인척·측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직접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로시야은행과 거장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을 통해 존재감을 알렸다.

로시야은행은 푸틴 대통령의 '사금고'로 꼽히는 곳이며 롤두긴은 푸틴 대통령 맏딸 마리야의 대부를 맡을 만큼 푸틴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다.

2011년 2월 10월, 로시야은행이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샌들우드 콘티넨털'은 키프로스의 '호르위치 트레이딩'이라는 회사에 2억달러(약 2조3천40억원)를 빌려줬다. 이튿날 샌들우드는 호르위치로부터 원금 2억달러와 그 이자를 회수할 권리를 버진 아일랜드의 '오브파이낸셜'에 1달러에 넘겼다.

같은 날 오브파이낸셜은 이 권리를 다시 롤두긴이 지배하는 파나마 회사 '인터내셔널 미디어 오버시스'로 역시 1달러에 넘겼다.

2억달러라는 거금이 24시간 안에 3개국의 2개 은행과 4개 회사를 거치며 추적 불가능한 자금으로 세탁된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이자 주식중개인인 이언 캐머런은 1982년 조성해 2010년 별세할 때까지 운영한 펀드 '블레어 홀딩스'의 세금을 영국에 내지 않으려 이 펀드의 투자자 대부분이 영국인임에도 파나마에 이 펀드를 등록했다.

전 세계에 난민위기를 촉발하고 '이슬람국가'(IS)의 세력확장을 부추긴 시리아 내전의 중심에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사촌인 라미·하페즈 마크루프 때문에 이번 폭로에 연루됐다.

모색 폰세카는 이메일을 통해 마크루프 일가에 대한 뇌물과 부패 의혹을 논의했으며 버진아일랜드 당국으로부터 마크루프 소유 회사의 돈세탁 의혹 수사와 관련한 편지를 받고서야 이 일가와의 관계를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 척결에 목소리를 높여온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이번 문건으로 의혹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 덩자구이(鄧家貴)는 모색 폰세카의 도움으로 '베스트 이펙트'를 비롯한 버진아일랜드 회사 2개를 소유할 수 있었다.

또한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딸인 리샤오린은 남편 류즈위안과 함께 리 총리 재임기에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회사의 단독 주주인 재단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메시·성룡 등 톱스타와 가족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 출신 리오넬 메시도 연루됐다.

메시는 이 문건에서 아버지인 호세 호라시오 메시와 함께 파나마에 적을 둔 회사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의 소유주로 등장한다.

스페인에서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세금을 피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메시는 기소 이튿날인 2013년 6월 13일 모색 폰세카를 법률대리인으로 세웠다.

그리고 열흘 뒤인 같은 달 23일 메시 부자는 조세 회피처로 꼽히는 파나마에 있는 회사 메가스타를 소유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톱배우 청룽(成龍·성룡) 역시 모색 폰세카의 주요 고객으로 밝혀졌다. 청룽은 모색 폰세카가 관리하는 회사를 최소 6개 소유하고 있다.

문건에 등장한 또 다른 축구계 인사 후안 패드로 다미아니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은 최근 FIFA 스캔들로 기소된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전 부회장 등과 사업상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한편 모색 폰세카가 관리한 이들 회사가 모두 불법적인 목적을 지녔다는 증거는 없고 파나마 같은 곳에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고 문서를 분석한 ICIJ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ICIJ는 모색 폰세카의 고객 중에서는 피라미드 사기꾼이나 마약 거상, 조세회피범 등이 포함돼 있음을 환기했다.

또한 모색 폰세카는 미국에서 송사에 휘말리지 않도록 고객들과 관련된 기록을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지우는가 하면 고객들에게 재무적으로 유리하도록 서류상 날짜를 주기적으로 소급 적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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