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등 전·현직 정치국 상무위원 8명 관련
당국, 침묵 속 SNS 관련 뉴스·댓글 신속 삭제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해 상무위원 3명의 친인척이 '유령회사'를 내세워 외국에 재산을 숨긴 의혹이 제기되자 중국 당국이 보도통제에 나섰다.

    BBC 방송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은 4일 공개된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를 통해 해당 인물들의 조세 회피처 이용이 드러나자 중국 검열 당국이 즉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른 관련 뉴스와 댓글들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친인척의 재산은닉 의혹이 제기된 중국 지도자는 시 주석과 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등 3명이다.

    리펑(李鵬) 전 총리 등 전직 상무위원 5명의 친인척도 포함됐다.

    중국에서 반(反) 부패 척결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전·현직 상무위원 8명의 친인척의 재산 해외은닉 의혹이 불거지면서 중국 지도부가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의 매형 덩자구이(鄧家貴)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2개를 소유했고, 리펑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少林)은 남편 류즈위안과 함께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회사의 단독주주인 재단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내용이 발표되자 중국 대형 포털 사이트 신랑(新浪·시나 닷컴)이 운영하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에 많은 댓글이 올랐으나 즉각 삭제됐다.

    BBC는 중국 당국이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은 채 신속한 댓글 삭제에 나선 것은 '파나마 페이퍼' 파문이 중국 내에서 확산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 누리꾼들은 당국의 이런 '우민(愚民) 조처'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RFA는 전했다.

    '다빙잔장츠'라는 ID의 누리꾼은 "검열 당국이 그렇게 빨리 관련 댓글을 삭제한 것은 그들의 죄를 시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지도부 친인척의 재산 해외 은닉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누리꾼들의 요구도 빗발쳤다.

    허베이(河北)의 유명 언론인 주신신은 중국 당국이 '파나마 페이퍼' 관련 정보를 은폐하려는 것은 중국 당국자들의 죄의식을 시사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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