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률의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 튀니지를 가다]
<1> 튀니지에서 온 편지

 

 2014년 가을, 제주매일의 오랜 독자가 북아프리 카의 튀니지로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한국의 선진적인 도서관 운영 시스템을 전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2년여가 가까워오는 지금까지 그곳에 머물고 있다. 이번에는 제주매일이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중해와 마주보고 있는 튀니지의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말이다. 국민의 98%가 아랍인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있고 거리에서 자유롭게 키스를 나눈다는 그 곳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그의 편지를 매주 수요일 독자들과 나눈다. <편집자주>

▲ 튀니지의 수도인 튀니스의 카르타고 공항. 한국에서 경유지인 두바이를 거쳐 튀니지에 도착하기까지 16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한다.
▲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있는 바로셀로나 지역의 거리 풍경. 길을 오고가는 사람들과 물건을 파는 사람들로 활력이 넘친다.
▲ 튀니지는 알제리와 리비아의 국경을 접한 북부아프리카에 위치해 있다.

■ 튀니지를 아시나요

리비아와 알제리를 국경으로 접하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 튀니지(Tunisia). 인구 1100만명 규모로 우리나라의 서울보다 약간 많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와 마주 보고 있다. 지중해성 기후로 우리나라와 같은 4계절이다.

국민의 98%가 아랍인이지만 종교적 자유가 있고 일부다처제가 금지됐으며 언어는 튀니지 아랍어를 사용하고 제2국어로 프랑스어를 쓴다. 특이한 것은 튀니지에서 사용하는 아랍어는 이웃 아랍 국가와 소통이 안 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용하는 아랍어는 ‘서울말’이고, 튀니지에서 사용하는 아랍어는 ‘사투리’다.

여성들은 다른 아랍국가의 여성들처럼 히잡으로 머리와 목을 가리기도 하지만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는 개방성을 함께 가진다. 거리에서는 키스하는 연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슬람국가 중 온화한 이슬람에 속하는 나라로서 중동과 서양의 통로역할을 하고 있다. 1991년 교육 전 과정을 무상교육으로 전환했을 만큼 교육열이 높다.

▲ 맑은 하늘과 분수대, 자동차들의 모습이 유럽의 거리를 연상케 한다.

■ 튀니지에 별칭이 많은 이유

튀니지는 국토의 40%가 사하라 사막이고 나머지 지역은 해안선을 따라 이뤄진 비옥한 토지다. 원주민은 베르베르족이다.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이 곳에 ‘카르타고’를 세웠고, 이후 카르타고 제국이 로마와의 포에니전쟁으로 멸망하면서 튀니지는 로마의 아프리카 속주가 됐다. 당시 튀니지는 ‘빵 바구니(breadbasket)’라고 불릴 만큼 곡창지대로 유명했다.

튀니지는 지중해 무역의 요충지에 위치해 다른 나라의 침략을 자주 받았다. 3000여년간 로마, 비잔틴, 오스만 투르크(터키),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던 흔적이 지금도 거리 곳곳에 남아있다. 1881년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1956년 독립) 유럽 문화 양식이 거리 곳곳에 배어 사람들은 튀니지를 ‘북아프리카의 파리’라고도 부른다.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는 ‘아프리’라는 지명이 자주 나온다. 고대 로마는 카르타고를 ‘아프리(Afri) 지방’이라고 불렀고, 카르타고를 중심으로 한 북아프리카 인들을 ‘Afridi 족’으로 불렀다. 카르타고가 식민화가 된 후 이 지방을 ‘아프리카’라고 부르며 현재의 아프리카 대륙으로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흔히들 아프리카하면 흑인의 나라로 생각들을 하는데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에는 피부가 검은 흑인이 없다. 튀니지에서 “당신은 아프리카인이냐”고 물으면 이들은 머뭇거리다가 “그렇다”고 하면서, ‘지중해의 나라’ 또는 ‘마그레브인’이라고 꼭 토를 다는 경향이 있다.

국제봉사자의 자격으로 튀니지에 온 지 18개월째에 접어든다. 문헌과 일상을 통해 접한 이 낯선 도시의 이야기를 북부 아프리카를 지나는 지중해 바람에 실어 멀리 한국의 제주에까지 보내려 한다.

튀니지에서 보내는 나의 편지가 누군가의 가슴에 이국에 대한 동경과 설렘의 훈풍을 안기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튀니지에는 많은 별칭이 있지만 나는 ‘유럽을 닮은 이슬람의 땅’이라고 부르려 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