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총리가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파문의 첫 희생자가 됐다.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가 사임할 것이라고 시구르두르 잉기 요한슨 농업장관이 5일(현지시간) 현지 방송 RUV를 통해 밝혔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총리 후임자는 아직 지명되지 않았으며 대통령이 사임을 수락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앞서 귄로이그손 총리는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 투표를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날 오전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다른 정당 지도자들과 먼저 대화를 하고 싶다"고 거부했다.

귄로이그손 총리는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이 거론돼 국민들의 분노와 사임 압박에 직면했다.

앞서 전날 저녁 수도 레이캬비크의 의회 앞에서는 3만명 가까운 시위자들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인구(33만명)의 10%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한 이례적인 대규모 시위였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전날까지만 해도 현지 TV와 인터뷰에서 "조세회피처에 숨긴 재산이 없으며, 재산보유 과정에서 규정이나 법을 어긴 게 없다"면서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의 폭발한 분노에 결국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귄뢰이그손 총리와 그의 부인이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도움을 받아 2007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재산공개일 직전인 2009년 12월 31일 윈트리스의 지분 50%를 부인에게 단돈 1달러에 넘겼다.

여기에 이해상충 문제가 더해졌다.

윈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이뤄지기 이전에 파산한 은행들이 발행한 420만달러(약 48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시위자들은 총리가 채권 보유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구제금융 채권단과 협상해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심각한 이해 상충 상황을 누렸다고 지적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이뤄지기 전 파산한 주요 은행들의 채권을 보유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구제금융 채권단과 협상해 심각한 이해상충 상황을 누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총리는 자신과 부인이 모든 세금을 냈으며 윈트리스가 채권단과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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