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률의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 튀니지를 가다]
<2> ‘파리’를 닮은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

한국의 ‘세종로’처럼 초대 대통령 이름 붙인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
튀니지의 수도 ‘투니스’의 최대 중심가…프랑스 풍 건축물들의 향연

미니스커트 여성, 노상 카페 즐비, 일부다처제 금지된 이색(異色) 아랍

 
내가 근무하고 있는 튀니지국립도서관은 튀니지의 수도 ‘투니스’에서도 중심가에 위치해있다. 도서관 주위에는 수많은 역사유적들이 있다. 나는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도로구역 하나를 사이에 두고, 6세기 도시인 ‘메디나’(구 시가지)와 20세기의 도시인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를 넘나든다. 하루에 두 번, 6세기에서 20세기를 오가고 있는 것이다.
 
 
▲ 고병률씨(사진 가운데)가 튀니지국립도서관 갤러리에서 현지 직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여성들의 옷차림이 비교적 자유로워 보인다.
▲ 튀니지의 수도 투니스의 중심거리 ‘하비브 부르기바’ 의 모습.
▲ 튀니지의 수도 투니스의 중심거리 ‘하비브 부르기바’ 의 모습
▲ 튀니지의 수도 투니스의 중심거리 ‘하비브 부르기바’ 의 모습.
▲ 튀니지국립극장
▲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따다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는 수도 투니스의 중심가다. 이곳은 지중해 남부 연안을 지배하고 있던 카르타고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다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때인 1세기에 항만 도시로 재건된다. 그 후 비잔틴(동로마제국)이 지배했고, 다시 이곳에서 오스만 제국(터키)과 에스파냐(스페인)가 싸우면서 도시가 파괴되었으나 1574년 오스만 군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오스만 제국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이후 지금의 프랑스풍 건축물들이 들어서게 된 것은 1883년 튀니지가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면서부터다. 이 거리의 이름은 1956년 독립 후 튀니지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서울의 세종로로 생각할 수 있다. 거리 양 쪽으로 관청, 호텔, 오페라 하우스, 프랑스 성당, 영화관, 프랑스풍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다.
 
이곳은 ‘파리(Paris)’라고 말해도 믿을 만큼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흡사하다. 내려 다 보이는 건물들 모두가 프랑스 풍의 건축 양식들이다.
 
또한 이곳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시키는 국립극장과 ‘이븐 칼둔’의 동상이 있다. 이븐 칼둔은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 제일 존경받던 역사가이자 사상가이고 정치가이자 사회학자였다. 튀니지에서 태어났다. 거리 사진 사이로 멀리보이는 시계탑은 집회 장소로 유명한 명물 ‘뭉겔라 탑’이다.
 
▲ 개방도시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에서는 유럽식 노상 카페가 즐비하며 술을 파는 술집도 있다. 이슬람국가는 술을 금기시 하지만 튀니지에서는 와인도 생산하고 맥주도 생산한다. 대형 마트에서는 많은 종류의 유럽산 맥주와 와인들을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튀니지는 법으로 일부다처제를 금지하고 있다. 아랍 남성들은 부인을 많이 거느린다는 인식은 이 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튀니지는 여성의 권리가 아주 높은 국가다. 판사의 1/3이 여성이며, 많은 여성들이 상원과 하원에 진출해 있다. 튀니지는 지정학적인 이유로 기원전부터 유럽문화를 일찍 받아 들인 탓인지 문화도 사고방식도 유럽인처럼 느껴진다.
 
 
▲ 고병률씨가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발견한 한반도 고지도. 현재 한양대학교에 제작 연도 확인을 의뢰해둔 상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