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르도박물관 ②
프랑스령이 된 ‘바르도 조약’의 체결지
다양한 민족이 거쳐 간 역사 한 눈에 관람
‘튀니스의 루브르’라는 애칭 붙은 이유

▲ 바르도박물관의 일부는 14~16세기 하프시드 왕조 때 지어진 왕궁의 입구 부분이다.
▲ 2-4세기의 로마시대 북아프리카에서 출토된 묘비
▲ 바르도박물관, 'Assembly of eight Libyc divinities' 기원전 2-1세기, 일곱 명의 남성 사제와 한 명의 여성 사제의 흉상
▲ 바르도박물관에 전시된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유물
바르도박물관에 가려면 ‘메트로’라고 부르는 트램을 타고서 ‘바르도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바르도박물관은 원래 13세기 하프시드 왕조의 술탄이 임명한 지방 장관의 관저였던 곳이다. 이후 왕조가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 확장되고 개축되면서 아랍풍과 스페인풍의 건축양식이 가미됐다. 튀니지가 프랑스의 보호령이 된, 그 유명한 ‘바르도 조약’이 체결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 역사 전체를 한 눈에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모자이크 박물관이다. ‘튀니스의 루브르’라고도 한다. 내가 바르도박물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기원전 814년경 페니키아인들이 이 땅에 이주하여 세운 고대국가 카르타고를 비롯해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 이후 이 곳을 지배한 게르만계 반달왕국, 비잔티움 제국, 스페인, 오스만 터키와 아랍 이슬람시대에 이르기까지 튀니지의 역사 전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르도 박물관은 건물 자체도 역사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동굴처럼 보이는 곳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것은 14~16세기 하프시드 왕조 때에 지어진 왕궁 입구이다. 이문을 지나면 고대와 중세 시대로 들어가 된다.
 
 이곳에서는 카르타고 시대에 제작된 석관을 비롯해 2~4세기 로마시대의 북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나온 많은 석관과 묘비들을 볼 수 있다. 비제르트에서 발견된 호수에서 고기를 잡는 풍경의 모자이크는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작품이라 한다. 로마시대에 제작된 멧돼지를 사냥하는 모습이 새겨진 모자이크 등도 당시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 다양한 종교 유물 전시
 바르도 박물관에서 내가 본 모자이크들은 이탈리아에서 본 모자이크보다 색채가 더 화려하고 당시의 모습을 생동감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카르타고제국에서 인신공양의 제물로 바쳐졌던 어린이가 조각되어 있는 ‘카르타고의 묘비석’이나 이탈리아의 바로크 양식으로 된 천장 일부와 홀, 로마가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고 그 위에 로마를 꽃피웠던 곳에서 발견된 아폴로 대리석상, 비너스 바쿠스 조각상, 헤라클레스 청동상, 로마 황제들의 대리석상….
 
 그런데 튀니지박물관에는 이슬람이면서도 로마문화와 함께 들어온 기독교, 유대교의 종교유물도 함께 전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쳄토우에서 발굴된 기원전 1~2세기 작품인 ‘일곱 명의 남성 사제와 한 명의 여성 사제의 흉상’, 6세기말의 기독교인들에게 세례를 주던 ‘뎀나의 세례단’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바르도박물관을 관람하지 않고서는 튀니지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매번 이 곳을 방문할 때마다 유물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신비에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지금 이곳에 서있는 자체가 나의 역사요 감동이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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