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나눔' 시작하며 즐거움·목표 생겨
착한가게 동참·소년소녀가장 지원 사업도

‘조금이라도 내가 가진 것을 나눠야겠다.’

2014년 8월의 어느 밤. 고경숙(45)씨가 끊임없이 기계음이 들려오는 잿빛 도시를 힘없이 걸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 잠시 멈춰선 사이 고씨의 머릿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고씨는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했고, 삶이 달라졌다.

24일 만난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내고향해장국’ 고경숙 대표는 이 같은 일화를 얘기하며 “나누는 삶이 피폐했던 자신을 살렸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2008년 해장국 집을 시작하면서부터 쭉 쉬지 않고 일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었나 봐요. 2014년이 가장 힘들었을 때였죠”라며 그 당시 힘들었던 삶을 떠올렸다.

고 대표는 나눔을 실천하면서부터 생활에 다시 활기가 생겼다고 했다. “정신없이 돈을 벌다보니 삶의 의미가 사라졌었어요. 하지만 2014년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하면서 일도 즐거워졌고, 무엇보다도 ‘나눔’이라는 삶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죠.”

고 대표는 2014년 9월부터 현재까지 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에 매월 3만원씩 성금을 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쌀 20kg 120포대를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기증했다. 지난 2월에는 도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00만원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가게 일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도 이젠 일이 힘들지 않아요.” 고 대표는 늘 그래왔듯 요즘에도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가게 영업을 준비하고 가게 마감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 힘들었던 2014년 여름이나 지금이나 일은 똑같지만, 오히려 지금은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잖아요.”

고 대표에게는 요즘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바로 1억 원 이상의 고액기부자만 가입할 수 있다는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는 것. “나누는 일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몰라요. 삶에 그 이상의 것이 뭐가 있나요.” 이 얘기를 하는 고 대표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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